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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쪼개면 된다

국가 위에 선 기업의 구조적 한계와 분할의 필요성 | 삼성전자를 쪼개야 한다 국가 위에 선 기업의 구조적 한계와 분할의 필요성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한 임금협상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파업이냐, 극적 타결이냐.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고일 하루 전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이어갔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삼성전자를 쪼개야 한다

국가 위에 선 기업의 구조적 한계와 분할의 필요성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한 임금협상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파업이냐, 극적 타결이냐.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고일 하루 전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이어갔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배분 방식이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을 것인가, 그 재원을 DS 안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노사는 맞섰다.

이 장면은 “노사갈등”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금 터져 나온 것은 삼성전자 내부의 임금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하나의 초거대 법인에 지나치게 많이 기대고 있는 구조의 문제다.

메모리가 돈을 쓸어 담는 동안, 다른 사업은 압박을 받는다

2026년 1분기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 133.9조 원, 영업이익 57.2조 원을 기록했다. 그중 DS, 즉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3.7조 원이었다.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반도체가 벌어들인 셈이다. AI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밀어 올렸다.

반면 DX, 즉 스마트폰·TV·가전 중심의 소비자 사업은 같은 분기에 영업이익 3조 원을 냈지만, 원가 부담과 관세 영향, 메모리 가격 상승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공식 실적 자료도 생활가전의 실적 개선 폭이 원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한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 한쪽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다른 한쪽은 그 상승한 부품 가격을 비용으로 떠안는다.

이 구조가 성과급 갈등의 배경이다.

DS는 “우리가 벌었다”고 말한다. DX는 “반도체 불황기에는 우리가 버텼다”고 말한다. DS 안에서도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이해관계가 갈린다. 실제 협상 쟁점도 DS 특별성과급 재원을 세부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DS 구성원에게 공통으로 더 넓게 배분할 것인지에 있었다.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비메모리 사업부까지 같은 DS라는 이유로 큰 성과급을 받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도 제기됐다.

그러니까 이 싸움의 본질은 성과급 몇 퍼센트가 아니다.

너무 다른 사업들이 하나의 법인 안에 묶여 있다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삼성전자는 기업이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다

금융권에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이라는 개념이 있다.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 즉 G-SIB는 그 실패가 금융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 분류되고, 더 높은 자본 요건과 감독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논리를 제조업에 적용하면 삼성전자는 한국형 산업 SIFI다.

반도체 경기가 한국 수출과 금융시장 전체를 흔든다는 사실은 이미 새삼스럽지 않다. KDI도 최근 한국 경제를 설명하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가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주가, 투자 계획은 더 이상 개별 기업 뉴스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방향을 설명하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은 단순한 기업 내부 사건이 아니다.

노조는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고, 증권가에서는 파업 참여 인원이 3만~4만 명 규모가 될 경우 2024년 파업보다 생산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5월 13일 사후조정 결렬 당시에도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 기업의 내부 보상 체계가 국가 산업정책, 수출, 증시, 공급망 리스크로 번지는 구조.

이건 삼성이 나쁜 회사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삼성전자가 너무 커졌고, 너무 많은 기능을 한 몸에 담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하나의 법인이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하만까지 품고 있다. 경기 사이클도 다르고, 투자 논리도 다르고, 고객도 다르고, 인재 시장도 다르다. 그런데 법인은 하나다. 성과급도, 노사 협상도, 주주 가치도, 국가 리스크도 결국 하나의 삼성전자라는 이름 아래 묶인다.

이제 이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둘 때가 지났다.

반독점이 아니라, 국가경제 집중위험의 문제다

삼성전자를 기존 반독점 논리로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

메모리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경쟁한다. 파운드리는 TSMC와 경쟁한다. 스마트폰은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와 경쟁한다. TV와 가전도 글로벌 경쟁 시장이다. 특정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프레임은 반독점이 아니다.

국가경제 집중위험이다.

미국의 AT&T 분할은 반독점 사건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한 기업이 국가 통신 인프라의 핵심 병목을 장악하고 있다는 공공성 문제가 있었다. 미국 법원과 법무부는 결국 지역 전화사업 분리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 분리를 실행했고, 1984년 이른바 베이비벨 체제가 출범했다.

삼성전자에 똑같은 법리를 곧장 적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질문은 남는다.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위험이 하나의 법인 내부 갈등으로 증폭될 때, 국가는 어디까지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가.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 시장 독점이 아니라 국가경제 집중 위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 핵심 기업에 대해 사업부별 리스크, 노사 구조, 공급망 영향, 국가경제 파급효과를 따져 구조 분리 또는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명령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제 논의가 필요하다.

이건 기업 때리기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방화벽을 만드는 일이다.

쪼개야 강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를 쪼개자는 말은 삼성을 약하게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집중하면 된다. 막대한 설비투자, HBM, 차세대 메모리,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에 자본과 인재를 집중할 수 있다.

파운드리는 별도 회사로 분리될 때 고객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지금처럼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완제품·메모리 회사 안에 파운드리가 들어 있으면, 잠재 고객 입장에서는 미묘한 긴장이 생긴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고객은 자신의 설계와 전략이 경쟁자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독립 파운드리 구조는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가전 회사는 소비자 브랜드 회사로 독립할 수 있다. 반도체 가격 사이클에 휘둘리는 내부 부품 구매자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 시장에서 제품력과 브랜드, 서비스, 운영 효율로 평가받는 회사가 된다.

노동 보상도 명확해진다.

각 회사가 각자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메모리가 번 돈을 누가 나눌 것인가, DX가 어려울 때 누가 버텼는가, DS 안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 같은 내부 전쟁이 줄어든다.

주주도 더 명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AI 메모리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 파운드리 턴어라운드에 베팅하고 싶은 사람, 소비자 브랜드 회사의 현금흐름을 사고 싶은 사람이 각자 선택하면 된다.

지금의 삼성전자는 너무 많은 투자 논리를 한 종목에 몰아넣고 있다.

그 결과, 좋은 사업도 제값을 못 받고, 어려운 사업도 제대로 된 수술을 받기 어렵다.

물론 쉽지 않다

분할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물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인적분할은 지배구조와 세금, 상장 구조, 외국인 투자자 반응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 채권자 보호, 고용 승계, 특허와 라이선스, 내부거래, 해외법인 재편까지 천문학적 난제가 따른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반 기업이 아니다. 분할 자체가 시장 이벤트가 되고, 외환시장과 코스피, 국민연금, 협력업체,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쪼개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어렵다”와 “하지 않겠다”는 다르다.

정교한 로드맵은 가능하다. 먼저 회계와 성과 보상 체계를 사업부별로 더 투명하게 분리하고, 이후 파운드리 독립성 강화,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자본 배분 원칙 분리, DX의 별도 책임경영 체계 강화로 갈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인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회사 전환, 또는 별도 산업지주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지금처럼 “한 법인 안에 다 넣어두면 안정적”이라는 믿음은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하나의 법인이 흔들릴 때 한국 경제 전체가 같이 흔들린다.

삼성전자 스스로 분할의 명분을 만들고 있다

이번 파업 사태는 삼성전자 분할론을 주변적 아이디어에서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노조가 옳으냐, 회사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성과급 10%가 맞느냐, 15%가 맞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하나의 법인 안에 너무 다른 산업, 너무 다른 경기 사이클, 너무 다른 인재 시장, 너무 다른 보상 논리가 묶여 있다. 그래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기업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가 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진다.

삼성전자를 쪼개야 한다는 말은 삼성을 벌주자는 말이 아니다.

삼성이 더 정확하게 평가받고, 각 사업이 더 독립적으로 경쟁하고, 한국 경제가 단일 법인의 내부 사정에 덜 취약해지는 구조를 만들자는 말이다.

한때는 거대한 통합이 힘이었다.

이제는 그 통합이 위험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자랑이다. 그러나 자랑이 곧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랑이 너무 커져 국가경제의 병목이 되었다면, 그 자랑을 오래 살리기 위해서라도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삼성을 쪼개는 것은 삼성을 약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삼성전자 하나에 지나치게 묶여 있는 시대를 끝내는 일이다.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5월 20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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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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