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국인의 통일담론에 대한 모순
한국에서 통일 반대론을 듣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복무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싫고, 군대에서 사고가 나는 것도 싫고, 젊은 시절 1년 반을 국가에 바치는 것도 싫어한다. 병역 때문에 학업과 취업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군인의 처우가 나쁘다고 분노하고, 징병제 자체에 대한 불만도
한국에서 통일 반대론을 듣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복무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싫고, 군대에서 사고가 나는 것도 싫고, 젊은 시절 1년 반을 국가에 바치는 것도 싫어한다. 병역 때문에 학업과 취업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군인의 처우가 나쁘다고 분노하고, 징병제 자체에 대한 불만도 크다.
그런데 동시에 말한다.
“통일은 왜 해?”
나는 이 두 생각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징병제가 유지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휴전선 바로 위에 거대한 군사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언제든 충돌할 가능성을 전제로 국가 안보 체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싫다고 말한다.
이건 상당히 이상한 이야기다.
물론 통일한다고 다음 날 바로 징병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일 과정에서 오히려 상당한 안보 비용과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통일의 방식에 따라 군사적 부담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장기적으로 생각해보자.
남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적대적인 두 국가로 남아 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 유지된다면 다음 세대 역시 이 구조의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군대도 가야 한다.
국방비도 계속 부담해야 한다.
휴전선도 지켜야 한다.
전쟁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북핵 문제도 계속 관리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시장과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그 비용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자기 자식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이상하게도 이런 사람이 많다.
“내 아들은 군대 안 갔으면 좋겠다.”
“징병제 너무 힘들다.”
“왜 젊은 사람들만 희생해야 하느냐.”
여기까지 말하고,
바로 다음에는
“통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분단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
군사적 대치도 계속 유지한다.
북한이라는 적대적 군사국가도 그대로 존재한다.
그런데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군 복무는 내 자식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정책적 입장이라기보다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태도에 가깝다.
통일에 반대할 수 있다.
통일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북한 체제와의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두 국가 체제가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자체는 충분히 하나의 정치적 견해다.
다만 그렇다면 그 선택의 비용도 인정해야 한다.
분단을 유지한다는 것은 분단 비용 역시 계속 지불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비용에는 국방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아들, 당신의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젊은 사람들이 계속 군복을 입어야 할 가능성까지 포함된다.
여기서 가장 무책임한 태도는 무엇인가.
통일은 싫다.
징병제도 싫다.
국방비 증가도 싫다.
북한의 핵무기도 싫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것도 싫다.
하지만 한반도의 현재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자.
세상에 그런 선택지는 없다.
국가에는 모든 선택에 비용이 따른다.
통일에도 비용이 있고, 분단에도 비용이 있다.
통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아니다.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매년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이다.
나는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통일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만 묻지 말고,
“앞으로 50년 동안 분단을 유지하는 비용은 얼마인가?”
그리고 돈보다 더 직접적인 질문도 해야 한다.
“당신은 통일을 반대하면서, 앞으로도 당신의 자식과 손자가 군대에 가는 구조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미래의 당신의 그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그 동의를 받았는가?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미래세대에게 짐만 지우고 있진 않은가?“
자기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죽어도 싫으면서,
그리고 동의도 받은 적 없으면서,
그 군대가 대규모로 존재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정학적 구조를 영원히 유지하자는 것은 큰 문제다.
최소한 한 번쯤 자신의 생각 안에 있는 모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통일을 찬성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가 선택한 국가의 형태가 어떤 비용을 요구하는지는 알고 선택하자는 이야기다.
분단을 선택한다면 분단의 비용까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 중 하나가 바로,
내 자식의 군복이고 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