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를 볼 때마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북한 문제를 볼 때마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인다.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통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정작 역사가 움직이는 순간 대한민국이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두렵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을 고정된 존재처럼 생각해왔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갔으니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유지
나는 북한 문제를 볼 때마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인다.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통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정작 역사가 움직이는 순간 대한민국이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두렵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을 고정된 존재처럼 생각해왔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갔으니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 다음에는 또 누군가가 자리를 이어받고, 휴전선은 그대로 있고, 남북한은 계속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라고 은연중에 가정한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친절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련도 영원할 것처럼 보였고, 동독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국가와 체제는 겉으로 단단해 보이다가도 권력승계, 경제위기, 국제질서 변화, 내부 엘리트 갈등 같은 여러 조건이 동시에 겹치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한다.
북한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다.
특히 앞으로 북한은 훨씬 복잡한 문제를 맞게 된다. 최고지도자의 승계 문제뿐 아니라 핵무기 통제, 군부와 당 엘리트의 권력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 미국의 개입,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까지 모두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 순간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나는 통일을 감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한민족이니까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통일은 국기를 하나로 만드는 행사가 아니다. 수천만 명의 사람과 두 개의 완전히 다른 경제·행정·법률·교육·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다.
북한 체제가 갑자기 흔들린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다.
누가 핵무기를 통제할 것인가. 북한 지역의 치안과 행정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식량과 의료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전력망과 통신망은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북한 주민의 재산권은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북한의 기업과 토지는 어떤 법적 체계로 전환할 것인가. 화폐와 금융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일본에는 어떤 협상안을 제시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단순히 정부나 군대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률가가 필요하고, 회계사와 금융전문가가 필요하고, 엔지니어와 의사가 필요하고, 행정가와 기업가가 필요하다. 북한의 도시와 산업을 다시 연결하려면 전력·통신·교통·주택·금융·교육·의료·소프트웨어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역량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준비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순간 중국은 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미국은 미국의 안보전략에 따라 움직일 것이며, 러시아와 일본 역시 자신의 국가이익을 계산할 것이다. 그것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국가는 원래 그렇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주도권은 다른 나라를 밀어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한국이 가장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결국 한국이 만든 테이블에서 협상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주도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당연히 북한 주민이다. 북한의 미래는 영토를 획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와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여야 한다. 북한 주민을 객체나 비용으로 생각하는 순간 통일은 시작부터 실패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질문이 “통일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질문은 너무 오래됐다.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한다.
만약 10년 뒤, 아니 5년 뒤 북한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시작된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때도 연구용 보고서를 새로 만들고, 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미 수십 개의 시나리오와 법률, 예산, 행정계획, 인프라 계획, 국제협상 전략을 준비해 놓고 즉시 움직일 것인가.
나는 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체제전환 역시 대한민국의 선거 일정에 맞춰 발생하지 않는다.
역사는 예고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미래가 와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도, 통일에 회의적인 사람도 이것만큼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 또는 북한 체제전환이 갑자기 찾아오는 날,
대한민국만 준비되지 않은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미래가 움직이는 순간, 가장 많은 준비를 해놓은 나라가 대한민국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