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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판은 훨씬 크다. | 서울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판은 서울보다 훨씬 크다. 나는 서울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잘 맞는다.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웬만한 곳은 지하철로 갈 수 있고, 갑자기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해야 하면 카페나 스터디카페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늦은 시간에도

서울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판은 서울보다 훨씬 크다.

나는 서울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잘 맞는다.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웬만한 곳은 지하철로 갈 수 있고, 갑자기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해야 하면 카페나 스터디카페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늦은 시간에도 구할 수 있고, 미팅 장소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으며,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아침부터 밤까지 도시 전체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있고, 나처럼 가만히 있기보다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그 밀도가 꽤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서울을 절대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집값이 비싸고, 사람이 많고, 경쟁이 심하고, 출퇴근 시간이 피곤하다는 이야기는 모두 맞다. 하지만 어떤 도시가 살기 좋으냐는 질문은 결국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용함과 넓은 공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서울은 피곤한 도시일 수 있지만, 접근성과 속도, 사람과 정보의 밀도, 새로운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서울은 굉장히 효율적인 도시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서울에 살다 보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오전에는 고객을 만나고, 점심에는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행사나 모임에 갈 수도 있다. 그 사이 필요한 것이 생기면 대부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은 단순히 편리하다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행동 반경 자체를 넓혀준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마찰이 작다. 나는 이런 도시를 좋아한다.

그런데 서울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보는 세상의 크기까지 서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지점에서 서울의 한계를 느낀다. 생활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크고 복잡하며 매력적인 도시지만, 사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거점 중 하나다. 서울 안에서만 경쟁하고, 한국 시장 안에서만 매출을 만들고, 원화로만 사업의 크기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판 자체가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싶은 숫자는 ₩ 하나만이 아니다.

$도 있고, ¥도 있고, £도 있고, €도 있고, 물론 ₩도 있다.

이건 단순히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부터 시장을 바라보는 단위가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객이 반드시 한국에 있을 필요도 없고, 자본이 반드시 서울에 있을 필요도 없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이 반드시 같은 나라에 있을 필요도 없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AI가 이미 국경을 상당 부분 무너뜨린 시대에 사업의 크기를 주소지로 제한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정말로 그 나라에 회사를 세우고, 사무실을 얻고, 사람을 고용하고, 현지 조직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 노트북을 열고 미국의 고객과 이야기할 수 있고, 일본의 시장을 조사할 수 있고, 유럽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도구와 인프라를 조합해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몸이 어디에 있는지와 사업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는 점점 다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서울을 떠나야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서울을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교통과 생활 인프라, 높은 인구 밀도와 빠른 정보 흐름, 다양한 사람과 서비스를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다만 머릿속의 지도까지 서울 안에 가둬둘 필요는 없다.

서울은 생활기지가 될 수 있다. 좋은 홈베이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이스와 목적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나는 서울에서 살면서도 뉴욕을 볼 수 있고, 도쿄를 볼 수 있고, 런던을 볼 수 있고, 실리콘밸리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도시를 볼 필요조차 없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특정 도시가 아니라 어디에 시장이 있고, 어디에 자본이 있고, 어디에 뛰어난 사람이 있으며, 어디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서울은 그 세계와 연결되는 하나의 좋은 출발점일 뿐이다.

가끔 사람들은 어떤 도시를 좋아하면 그곳에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그 나라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둘을 굳이 묶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삶의 기반은 가장 살기 좋은 곳에 둘 수 있고, 사업의 기반은 가장 큰 기회가 있는 곳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내가 오늘 서울의 카페에서 일한다고 해서 내 고객까지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장소와 사업의 시장, 국적과 자본, 팀과 고객의 위치가 점점 분리될 것이다. 한 나라의 시스템 안에 모든 것을 넣고 살아야 했던 시대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서울을 꽤 좋아한다. 상당히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이 가까이 있고, 내가 움직이고 싶은 속도를 어느 정도 받아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판은 서울보다 훨씬 크다.

서울을 작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안에 내 세계 전체를 넣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서울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세계의 시장을 보고 싶고, 원화로 생활하면서도 달러와 엔, 파운드와 유로가 함께 움직이는 판을 보고 싶다. 내가 어디에서 자는가보다 내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좋은 도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다.

좋은 홈베이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19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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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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