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다
그렇게 된다한국의 권력과 부의 배치는 결국 크게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한국인이 열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사람의 능력과 권한과 자본을 연결해온 방식에 구조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OECD의 2023 성인역량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적응적 문제해결력(adaptive problem solving)은 평균 238
그렇게 된다
한국의 권력과 부의 배치는 결국 크게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한국인이 열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사람의 능력과 권한과 자본을 연결해온 방식에 구조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OECD의 2023 성인역량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적응적 문제해결력(adaptive problem solving)은 평균 238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고, 한국 성인의 37%가 이 영역에서 Level 1 이하였으며, 가장 높은 Level 4에 도달한 성인은 약 1%에 그쳤다. OECD가 정의하는 적응적 문제해결력은 정답이 즉시 주어지지 않는 동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탐색하며 해결책을 적용하고 상황 변화에 맞춰 해결전략을 수정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한 시험 점수가 아니라 현실의 불확실한 문제를 다루는 능력과 상당히 가까운 지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단순히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성인역량이 높아지는 관계가 존재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의 적응적 문제해결력 평균도 248점으로 국제 비교에서 낮은 편이며 31개 참여국 가운데 28위였다. 즉 한국의 문제는 사람을 충분히 교육하지 않았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교육 투자와 자격 경쟁이 실제 문제해결 능력과 경제적 생산성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되는가가 핵심 문제가 된다.
OECD의 한국 경제 분석은 이 괴리를 더욱 직접적으로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정규 학력과 자격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상위 대학에 들어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 이른바 “golden ticket syndrome”을 만들어냈으며, OECD는 한국이 과거처럼 교육 수준과 투입요소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여지가 줄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대학 진학 경쟁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능력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겨 인재가 최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개인의 능력”에서 “인재의 배치”로 이동한다. OECD의 2025년 분석은 성인역량이 높은 국가일수록 산업 생산성이 높다는 관계를 발견했고, 성인역량 수준의 차이가 국가 간 산업 생산성 차이의 약 4분의 1을 설명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고숙련 노동자가 어떤 기업과 직무에 배치되는지도 중요했으며,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낮고 고숙련 인력이 더 크고 역동적인 기업에 배치되는 국가일수록 생산성이 높았고, 이러한 배치 차이가 국가 간 생산성 격차의 약 12%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사람이 얼마나 능력 있는가만큼 그 능력이 어디에 배치되고 실제로 사용되는가가 국가의 부를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실제로 상당한 규모로 나타난다. OECD의 지역 노동시장 분석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44%가 자신의 교육 수준과 직업의 일반적인 교육 수준이 맞지 않는 일자리에 있었으며, OECD 지역 평균은 35%였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인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과 그 인재를 가장 생산적인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권한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람이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수준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자신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없는 위치에 배치된다면 그 사람의 잠재적 생산성은 실제 생산성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배분의 문제다. OECD 역시 한국에서 자격주의, 연공 중심 경력, 노동시장 구조 등이 결합하면서 인적자원의 잘못된 배치와 상당한 생산성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객관적으로 측정된 문해력과 고등교육이 한국에서 고용 가능성과 연결되는 정도가 다른 OECD 국가보다 약하다고 분석한다.
권한과 보상의 구조 역시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연공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나라로 분석됐으며, 연공 중심 임금체계에서는 젊은 노동자가 자신의 한계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장기근속자가 반대로 높은 임금을 받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OECD는 한국이 성과, 직무 내용, 요구되는 기술을 중심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문제를 단순히 “좋은 인재가 부족하다”고 정의하는 것은 틀렸다. 오히려 인재의 능력 → 직무 배치 → 의사결정 권한 → 책임 → 보상 → 자본 접근이라는 연결고리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핵심이다. 실제로 OECD의 생산성 연구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능력 자체와 함께 고숙련 인력이 생산적인 기업과 역할에 배치되는 구조가 생산성 차이를 만든다. 따라서 사회가 고숙련 인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과 적절한 자본과 성장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사회는 인재의 잠재력을 가지고도 그것을 생산성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 구조에서도 같은 문제가 보인다. OECD는 한국의 기업 규모별 생산성 격차가 매우 크다고 분석해왔으며, 서비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형 제조기업보다 40% 낮았고 제조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 이하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국은 많은 스타트업과 젊은 기업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기업이 성장기업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았고, 시장서비스 분야에서 10인 미만으로 시작한 기업 중 성장하는 비율은 2.5%로 다른 OECD 국가 평균 6%보다 낮았다. 결국 사람이 아이디어를 갖는 것과 그 아이디어가 자본과 조직을 얻어 스케일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변화는 단순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교체”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누가 자본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가, 누가 조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 누가 자신의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가라는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생산적인 인재가 더 큰 조직과 자본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다시 자본시장에서 평가된다면, 자본은 기존의 지위보다 새로운 생산성의 원천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OECD가 발견한 “고숙련 인력의 배치와 생산성” 관계를 사회 전체의 자본배분 문제로 확장한 해석이다.
AI는 이 변화를 더욱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OECD의 2025년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는 AI가 조직에서 업무 배분과 평가와 모니터링에 사용될 수 있으며, 위계적인 조직에서는 AI가 노동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algorithmic cage”가 될 수 있는 반면 전문적 판단의 여지를 주는 조직에서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lgorithmic colleague”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같은 기술도 권한을 위에서 아래로 통제하는 조직에서는 통제력을 강화하고, 전문성과 판단권을 아래로 내려주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생산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교육을 받았는가의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누가 더 중요한 병목을 찾아내고, 누가 더 빠르게 실험하고, 누가 결과에 책임을 지며, 누가 그 결과를 다시 자본과 조직의 확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다. OECD가 측정하는 adaptive problem solving이 바로 문제 정의와 정보 탐색과 해결전략의 적응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우리가 말하는 “현실을 높은 해상도로 보는 능력”과 상당히 가까운 방향의 역량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지위가 권한을 만들고 권한이 자본을 부르는 구조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성과가 권한을 만들고 성과가 자본을 부르는 구조로 이동할수록 기존의 권력과 부의 배치는 흔들린다. 이것은 특정 집단을 공격해서 만들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인재와 자본이 연결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재배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학벌, 연공, 직함, 네트워크가 가진 독점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실제 문제해결력과 실행력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자본과 새로운 인재가 기존의 권력 구조를 우회하는 일이 점점 쉬워질 수 있다. 이 문장은 미래에 대한 추론이지만, 그 출발점인 역량·인재배치·생산성·기업 성장·조직의 자율성 사이의 연결에는 OECD의 실증적 근거가 존재한다.
결국 뒤집히는 것은 단순히 부자의 명단이 아니다.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한과 자본이 연결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가보다 그 능력을 어디에서 사용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어느 조직에 속했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해지고, 직함보다 책임과 성과가 중요해지고, 기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가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움직인다면, 부의 배치와 권력의 배치는 결국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한국의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인적자본의 배치, 권한의 배치, 기업의 성장, 자본의 배치가 연결된 하나의 생산성 문제로 볼 때 나오는 결론이다.
그래서 그렇게 된다.
한국의 권력과 부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해상도로 현실을 읽고 더 중요한 병목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권한과 자본이 더 빠르게 연결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충분히 누적되면, 사람들은 나중에 그것을 “권력의 이동”이라고 부르겠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권력의 원천"일 것이다. 지위에서 문제해결로, 연공에서 성과로, 기존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가치창출로, 보유한 자본에서 자본을 생산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으로. 그것이 충분히 강해지는 순간, 한국의 기존 권력과 부의 지도는 지금과 같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