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금액이 아니라 과정을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의 경제적 현재를 이해하려면 최소 3세대의 시간을 보아야 한다 | 세금은 금액이 아니라 과정을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의 경제적 현재를 이해하려면 최소 3세대의 시간을 보아야 한다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현재의 소득과 현재의 자산을 측정한다. 소득과 자산은 경제적 복지와 불평등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 자체는 필요하다.그러나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만으로 한 사람의 경제적 위
세금은 금액이 아니라 과정을 보아야 한다
― 한 사람의 경제적 현재를 이해하려면 최소 3세대의 시간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현재의 소득과 현재의 자산을 측정한다. 소득과 자산은 경제적 복지와 불평등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만으로 한 사람의 경제적 위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제기구와 경제학 연구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득·교육·사회경제적 지위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세대 간 연속성이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의 분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세계은행 역시 세대 간 소득이동성을 별도의 국제 비교 지표로 구축하고 있으며, 2025년 공개된 Global Database on Intergenerational Mobility는 87개 경제의 세대 간 소득이동성 추정치를 제공한다. 이는 한 사람의 경제적 위치를 이해할 때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관계를 별도로 측정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바꾸어야 할 첫 번째 것은 세율이 아니라 측정의 시간축이다.
현재의 금액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금액이 어떤 생애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세대 간에 어떤 자원과 위험이 이동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OECD 역시 사회적 이동성을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자녀의 성취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개인의 생애 동안 경제적·사회적 위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룬다.
1. 같은 금액은 같은 경제적 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순자산이 동일하다는 사실만으로 두 가구의 경제적 조건이 동일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자산은 주택, 금융자산, 사업자산 등 서로 다른 형태로 구성될 수 있고, 그에 대응하는 부채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자산의 구성과 부채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다. OECD도 가구의 경제적 위치를 분석할 때 주택자산과 주택부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동일한 현재 자산이라도 그 자산이 노동소득의 저축을 통해 축적된 것인지, 사업활동을 통해 형성된 것인지, 주택가격 상승의 결과인지, 세대 간 이전의 결과인지에 따라 형성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경제학 연구는 상속과 증여 및 가족배경이 부의 분포와 관련되어 있음을 별도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금액은 결과를 보여주지만 금액만으로는 그 결과가 만들어진 경로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한 철학적 주장이 아니다.
OECD가 상속·증여 과세를 별도의 정책 영역으로 분석하고, 상속이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세대 간 자원 이전을 현재의 자산과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2. 부는 한 세대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개인의 경제적 위치는 자신의 노동시장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OECD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자녀의 교육·소득·사회적 위치 사이에 존재하는 세대 간 연속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으며, 이러한 세대 간 이동성의 차이가 기회의 차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은행 역시 세대 간 소득이동성을 국가별로 측정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는 출생 당시의 환경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이후 경제적 성과와 연결되는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현재 세대의 경제적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모 세대의 조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부모 세대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조부모 세대의 자산축적과 사회경제적 조건이 부모 세대의 출발점에 영향을 주고, 부모 세대의 출발점이 다시 자녀 세대의 출발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세대의 생애과정을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OECD의 세대 간 불이익 전승 연구 역시 경제적·사회적 특성과 경험이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현상을 하나의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다룬다.
그러므로 정책적 분석의 최소 시간단위를 3세대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은 하나의 연구·정책 설계 가설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3. 중요한 것은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자산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현재 10억 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10억 원의 경제적 의미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 자산이 수십 년의 노동과 저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사업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이전되었는지에 따라 세대 간 자원 이동의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와 가족배경이 부의 불평등에 기여하는 정도를 별도로 추정하는 연구가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미래의 사회회계는 단순한 stock, 즉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크기만 기록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자산과 소득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고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flow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자산을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자산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그 형성과정을 함께 보자는 뜻이다.
4. 세대 간 이동에는 자산뿐 아니라 지원과 부담도 존재한다
세대 간 경제적 관계는 상속과 증여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부모는 성인 자녀에게 주거, 교육, 생활비, 조언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연구도 초기 성인기 자녀에 대한 부모 지원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일상적·정서적 지원과 조언 등 여러 차원으로 구성된다고 보고한다. 또한 부모의 계층적 지위에 따라 지원 수준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다른 연구에서도 성인의 부모와의 동거와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자원 이전이 중요한 세대관계의 일부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세대 간 자원 이동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단순한 상속액이나 증여액만으로는 부족하다.
주거 지원, 교육 지원, 생활비 지원, 창업 지원과 같은 생애 과정상의 지원까지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된다.
반대로 세대 간 관계에는 부담의 이동도 존재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제적 관계는 일방적인 이전이 아니라 상호적인 지원과 자원의 교환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은 자산 이전뿐 아니라 가족 내부의 부양과 지원 구조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5. 그러므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현재 금액 하나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자산과 소득은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한국의 공식 가계금융복지조사 역시 가구의 자산·부채·소득·지출을 조사하여 가구의 재무건전성과 소득분배를 파악하고 정책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2025년 조사에서는 2025년 3월 말 기준 평균 자산 5억 6,678만 원, 평균 부채 9,534만 원, 평균 순자산 4억 7,144만 원이 집계되었으며, 2024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5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지표는 현재의 상태를 측정하는 데 강한 반면, 그 상태가 형성된 장기적인 경로를 모두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래서 현재의 자산·소득 통계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생애와 세대의 시간축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현재의 자산은 결과 변수이고, 세대 간 이전과 생애의 축적 과정은 그 결과가 형성되는 경로 변수로 볼 수 있다.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6. 사회불만의 핵심에도 ‘금액’과 ‘과정’의 차이가 있다
경제적 불만을 단순히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 격차의 문제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사람들이 경제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그 차이가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인식하는지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연구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ECD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성취 사이의 관계를 사회적 이동성의 핵심적인 측면으로 다루며,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형평성뿐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 발휘와 생산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OECD 연구 역시 일부 국가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성취와 연결되며, 특히 덜 부유한 가정 출신의 능력 있는 청년들이 경제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를 분석한다.
따라서 사회적 불만을 분석할 때도 단순히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만 던지는 것보다
“그 차이가 어떤 세대적·사회경제적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는가?”
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금액 중심 분석에서 과정 중심 분석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다.
7. 그러나 과정 중심 접근은 ‘상속받은 사람은 나쁘다’는 논리가 아니다
이 구분은 반드시 명확해야 한다.
세대 간 자산 이전 자체가 부당하다는 결론은 연구에서 자동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가족이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경제적 행위이며, 부모가 자녀의 교육이나 주거를 지원하는 것 역시 가족관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서도 부모의 지원은 초기 성인기의 교육·취업·주거 과정과 연결된 다차원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모든 세대 간 이전을 제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질문은 오히려
어떤 이전이 가족의 정상적인 위험분담과 자녀 지원인가?
그리고
어떤 수준의 세대 간 자원 집중이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가?
가 되어야 한다.
OECD도 상속세를 단순한 재정수입 수단으로만 다루지 않고 형평성과 효율성, 행정비용의 관점에서 함께 검토하며, 상속·증여·유산 과세의 설계가 중요한 정책 변수임을 분석한다.
8. 그래서 세제개혁은 세율개혁 이전에 측정체계의 개혁이어야 한다
현재의 세제 논쟁은 대체로 세율과 공제와 과세표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경제적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는가이다.
OECD는 순자산세, 자본소득세, 상속·증여세와 같은 서로 다른 자본 관련 과세수단이 서로 다른 경제적 기반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세제개혁에서는 소득, 자산, 부채, 자본소득, 상속·증여를 서로 독립된 숫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애와 세대의 흐름 속에서 연결해서 분석하는 통계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것은 곧바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먼저 측정하고, 그다음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9. ‘3세대 생애계정’을 만들자
그렇다면 새로운 정책 인프라를 제안할 수 있다.
가칭 "3세대 생애계정(Three-Generation Life Account)"이다.
이 계정의 목적은 특정 개인을 감시하거나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화·통계화된 자료를 활용해 세대 간 경제적 이동과 사회적 이동성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이미 국가별 세대 간 소득이동성을 측정하는 Global Database on Intergenerational Mobility를 구축하고 있고, OECD 역시 세대 간 사회적 이동성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대 간 경제적 이동을 정책지표로 체계화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소득이나 부모의 소득만이 아니라,
조부모 세대의 출발조건 → 부모 세대의 생애소득과 자산축적 → 현재 세대의 출발조건 → 현재 세대의 생애성과 → 다음 세대의 출발조건
이라는 시간축을 정책 분석의 기본 구조로 삼는 것이다.
10.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첫째, 소득의 흐름을 기록해야 한다.
노동소득, 사업소득, 자본소득과 공적 이전 등 개인과 가구의 주요 경제적 흐름을 생애주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이미 가구의 소득과 자산·부채를 함께 조사하고 있어 이러한 장기적 통계 인프라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둘째, 자산과 부채의 흐름을 기록해야 한다.
OECD 역시 주택자산과 주택부채의 분포를 함께 보는 것이 주택 관련 정책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셋째, 세대 간 이전을 기록해야 한다.
상속과 증여뿐 아니라 교육·주거·생활비 등 다양한 형태의 부모 지원을 어떻게 통계화할지 연구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부모 지원이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으로 구성되며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넷째, 세대 간 부담을 기록해야 한다.
부모 부양, 자녀 양육, 가족 내부의 경제적 지원과 같은 부담 역시 한 세대의 가처분 가능한 자원을 결정하는 요소이므로 생애과정의 일부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세대관계 연구에서도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의 동거와 경제적 자원 이전이 중요한 가족 내 경제관계로 분석된다.
다섯째, 경제적 이동성을 기록해야 한다.
현재 자산이나 소득 수준뿐 아니라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 위치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OECD와 세계은행이 이미 세대 간 소득·사회경제적 이동성을 별도의 연구·통계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 기반을 제공한다.
11. 여기서 AI가 등장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과거보다 지금 훨씬 더 현실적인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미 국가와 국제기구는 대규모 행정·통계자료를 이용하여 소득, 자산, 사회적 이동성을 측정하고 있으며, 세계은행과 OECD는 이를 국제 비교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와 연구 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AI의 역할은 이러한 데이터를 단순히 더 많이 수집하는 데 있지 않다.
AI의 중요한 역할은 서로 다른 시점과 영역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복잡한 생애경로를 분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세대의 주거자산 축적, 다음 세대의 교육, 이후 세대의 소득과 창업, 그리고 다음 세대의 자산형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은 개인의 사생활과 데이터 보호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실제 정책 시스템에서는 데이터 최소화, 목적 제한, 익명화·가명화, 접근권한 통제, 통계적 공개범위 제한과 같은 강력한 보호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AI는 개인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12. 세금은 사람의 현재를 심판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금은 사회가 필요한 공공재원을 마련하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좋은 세제는 단순히 “누구에게 얼마를 더 걷을 것인가”라는 질문만으로 설계될 수 없다.
먼저 어떤 경제적 능력을 측정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의 소득인가.
현재의 순자산인가.
자본소득인가.
세대 간 이전인가.
아니면 이 모든 요소가 생애와 세대의 시간축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가.
OECD의 세제 연구 역시 순자산세, 자본소득세, 재산 관련 세금, 상속·증여세가 서로 다른 과세기반을 가지며 각각의 효율성·형평성·행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미래의 세제는 더 많은 정보를 무조건 세금으로 바꾸는 시스템이 아니라, 더 정확한 정보를 이용해 더 정교한 정책을 설계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13.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과의 동일성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자산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정책 목표가 아니다.
사람마다 노동, 선택, 능력, 위험감수, 저축, 투자와 같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경제적 결과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든 차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과 기회의 차이가 세대를 거쳐 지나치게 고착되는 것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이다.
OECD는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균등을 경제적 형평성뿐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 활용과 생산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모든 가족이 자녀에게 아무것도 물려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미래를 지나치게 결정하는 구조를 완화하는 데 둘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세제는 성공을 처벌하는 제도가 아니라 세대 간 기회의 고착을 조정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14. 사회는 숫자를 필요로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숫자는 필요하다.
소득을 측정해야 한다.
자산을 측정해야 한다.
부채를 측정해야 한다.
세금을 측정해야 한다.
상속과 증여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숫자를 시간축 위에 놓아야 한다.
현재의 숫자 + 생애의 과정 + 세대 간 이동
이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자산은 한 시점의 결과다.
생애소득은 시간에 따른 흐름이다.
세대 간 이전은 세대 사이의 연결이다.
경제적 이동성은 그 과정이 다음 세대의 위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네 가지를 연결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경제적 위치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15. 최소 3세대라는 제안
왜 3세대인가.
한 세대만 보면 현재를 본다.
두 세대를 보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볼 수 있다.
세 세대를 보면 조부모 → 부모 → 현재 세대라는 연속적인 축적과 이동의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세대가 다시 자녀 세대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까지 연결하면 네 세대의 일부까지 전망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 3세대를 기본 분석단위로 삼고, 데이터가 허용하는 경우 더 긴 역사적 시간축을 추가하는 방식이 합리적인 연구 설계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3 자체가 절대적인 과학적 경계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한 세대의 현재를 그 세대만의 결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세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정책의 기본 가정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16. 새로운 사회회계의 질문
그러면 정부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이 가구는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자산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노동과 위험이 있었는가?”
“이전 세대로부터 어떤 자원을 받았는가?”
“이전 세대에 어떤 부담을 지고 있는가?”
“현재 세대는 다음 세대에 어떤 자원을 이전할 것인가?”
“그 결과 다음 세대의 경제적 출발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질문들은 현재의 자산조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한다.
그리고 그 확장이야말로 세대 간 경제구조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 될 수 있다.
결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사람의 경제적 위치를 현재의 숫자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람의 현재는 현재만의 결과가 아니다.
그 현재에는 부모 세대의 선택이 들어 있고, 부모의 현재에는 그 이전 세대의 조건이 들어 있다.
경제학과 국제기구의 연구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득·교육·사회경제적 위치가 연결되어 있으며, 세대 간 이동성이 국가와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금액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금액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아야 한다.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출발점에서 시작했는지,
얼마나 노동했는지,
어떤 위험을 감당했는지,
어떤 자산을 축적했는지,
어떤 부채를 부담했는지,
어떤 교육과 주거 지원을 받았는지,
어떤 자원을 다음 세대에 이전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 현실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사회적 불만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불만의 모든 원인을 세대 간 경제구조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제적 차이를 바라볼 때 결과의 크기뿐 아니라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과 기회의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은 세대 간 이동성 연구가 중요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단순한 세율표가 아니다.
경제를 측정하는 시간축이다.
한 해를 보되 생애를 함께 보고,
한 사람을 보되 가족과 세대를 함께 보고,
현재의 자산을 보되 그것이 형성된 경로를 함께 보고,
상속된 자산을 보되 이전 세대의 노동과 위험, 그리고 다음 세대의 기회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세금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세대 간 이전을 과세하거나 모든 자산을 재분배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무엇이 정당한 축적이고 무엇이 과도한 기회 고착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과정을 보자는 것이다.
평생 노동해서 축적한 자산과 세대를 거쳐 압도적으로 집중된 자산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서도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소득이 낮지만 부모 세대의 위험을 떠안고 있는 사람과 현재 소득은 낮아도 충분한 가족 지원을 받는 사람의 경제적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가 평생 자녀를 위해 저축하고 희생한 과정까지 단순히 현재의 자산이라는 숫자로 지워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과정이 필요하다.
금액은 결과다.
과정은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정확한 세제는 결과만 심판해서는 안 된다.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다음 세대의 기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미래의 사회회계는 최소한 세 세대의 시간을 바라보아야 한다.
조부모의 출발점에서 부모의 축적을 거쳐 현재 세대의 출발점까지.
그리고 현재 세대에서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자원과 위험의 흐름까지.
그렇게 해야 우리는 처음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단순한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에서 출발하여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축적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달했는가”
라는 생애과정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세금의 미래는 더 많은 숫자를 징수하는 데 있지 않다.
더 정확한 현실을 측정하는 데 있다.
그리고 더 정확한 현실을 측정할 때 비로소,
누구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세제상 지원이 필요한지,
어떤 자산 이전을 보호해야 하는지,
어떤 세대 간 집중을 완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음 세대의 기회를 열어줄 것인지
더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세율이 아니다.
사람의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한 사람의 현재는 한 해가 아니라 세대의 시간 위에 존재한다.
그리고 공정한 세제는 그 시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Three-Generation Life Account
3세대 생애계정: 세대 간 자산형성과 기회불평등을 측정하는 새로운 연구 프레임
1. 연구의 출발점
기존 불평등 연구는 소득, 자산, 소비, 교육, 노동시장 성과 등을 개별적으로 측정해 왔다. 세대 간 이동성 연구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경제적 성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왔으며, 세계은행은 2025년 기준 87개 경제의 세대 간 소득이동성 자료를 구축했다.
그러나 개인의 현재 경제적 위치는 이전 세대의 자원 이전, 교육투자, 주거지원, 생전증여, 상속, 부채부담 및 자산가격 변화의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인 단위의 정적 경제상태를 넘어 **세 세대에 걸친 동적 경제경로(dynamic intergenerational economic trajectory)**를 분석단위로 제안한다.
2. 핵심 개념
Three-Generation Life Account
가구 또는 개인 i 에 대해 다음 세 세대를 연결한다.
[
G_{-1} \rightarrow G_0 \rightarrow G_{+1}
]
여기서
- G_{-1}: 부모 세대
- G_0: 분석 대상 세대
- G_{+1}: 자녀 세대
각 세대에 대해 다음 변수를 구축한다.
[
X_g =
(Y_g, W_g, D_g, E_g, H_g, T_g, I_g, R_g)
]
여기서
- Y: 생애소득
- W: 순자산
- D: 부채
- E: 교육자원
- H: 주거자원
- T: 세대 간 이전
- I: 상속·증여
- R: 위험노출 및 충격
3. 핵심 가설
H1. 현재 자산은 세대 간 경제적 과정의 불완전한 측정치다.
현재 순자산만으로 측정한 불평등과 생애·세대 이전을 고려한 불평등은 유의미하게 다를 것이다.
H2. 세대 간 이전은 현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상속뿐 아니라 생전증여, 주거지원, 교육비 지원 등을 포함할 경우 부모와 자녀의 경제적 위치 사이의 연관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OECD가 검토한 연구에서도 상속과 증여가 부모-자녀 간 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난다.
H3. 부모의 자산보다 부모의 ‘지원 가능성’이 자녀의 출발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부모 자산을 가진 가구라도 실제 자녀에게 이전된 자원은 다를 수 있다.
H4. 생전 이전은 상속보다 자녀의 초기 생애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상속은 일반적으로 생애 후반에 발생하지만, 교육·주거·창업·결혼 지원은 노동시장 진입과 자산축적이 시작되는 시기에 발생할 수 있다.
H5. 경제적 불만은 절대적 격차뿐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 인식과 관련된다.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경제적 불만, 조세 선호, 사회이동성 인식, 부모지원 여부 등을 결합한다.
4. 3세대 생애계정의 핵심 지표
4.1 Intergenerational Transfer Exposure
개인이 생애 동안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이전자원의 현재가치를 측정한다.
[
ITE_i = \sum_{t=1}^{T}
\frac{Transfer_{it}}{(1+r)^t}
]
여기에는
- 현금 증여
- 주택 지원
- 교육비
- 생활비
- 창업자금
- 부채상환 지원
- 상속
등을 포함한다.
단, 가족 내부의 모든 도움을 강제로 과세자료화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목적의 표본조사와 행정자료 결합을 통해 단계적으로 측정한다.
5. Three-Generation Wealth Mobility Index
세대 간 자산 이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
TGMI =
1-\rho(W_{G_{-1}},W_{G_0},W_{G_{+1}})
]
여기서 \rho는 세대 간 자산 위치의 상관구조를 나타낸다.
값이 높을수록 세대 간 자산위치의 독립성이 높고, 값이 낮을수록 부모 세대의 자산위치가 자녀·손자 세대에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단, 실제 연구에서는 단순 상관계수 대신 분위수 이동성, rank-rank slope, IGE, transition matrix 등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세계은행 GDIM이 소득 세대 간 이동성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기존 이동성 연구를 자산·이전·세 세대 차원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다.
6. 연구자료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자료와 패널자료의 결합이다.
가능한 자료원은 다음과 같다.
1단계
가계금융복지조사
2단계
한국노동패널
3단계
한국복지패널
4단계
인구·주택·소득 관련 행정자료
5단계
상속·증여 관련 행정자료
6단계
교육·주거·금융자료
이들을 개인식별이 가능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연구 목적의 안전한 가명정보 결합체계를 통해 연구용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7. 가장 중요한 실증모형
기본모형:
[
Y_{child}
\alpha
+
\beta_1 Y_{parent}
+
\beta_2 W_{parent}
+
\beta_3 Transfer_{parent\rightarrow child}
+
\gamma X
+
\epsilon
]
확장모형:
[
W_{child}
\alpha
+
\beta_1 W_{grandparent}
+
\beta_2 W_{parent}
+
\beta_3 Transfer
+
\beta_4 Education
+
\beta_5 Housing
+
\beta_6 Debt
+
\gamma X
+
\epsilon
]
이를 통해 단순히 “부모가 부유하면 자녀도 부유한가?”가 아니라,
부모의 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자녀의 경제적 위치로 전환되는가
를 분석한다.
8. 가장 중요한 식별문제
이 연구는 매우 어려운 연구다.
부모가 부유하다는 사실과 자녀가 성공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교육, 능력, 지역, 학교, 건강, 노동시장, 문화자본 등이 동시에 작용한다.
따라서 단순 상관관계만으로 “상속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필요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 sibling fixed effects
- cohort analysis
- event study
- inheritance timing
- instrumental variables
- regression discontinuity
- natural experiments
- administrative longitudinal data
특히 상속 발생 시점과 자녀의 자산·노동시장 결과를 연결하는 event-study가 중요한 연구설계가 될 수 있다.
9. 정책실험
연구의 마지막 단계는 조세모형 시뮬레이션이다.
기존 모델:
[
Tax = f(Current\ Transfer)
]
개혁 모델:
[
Tax =
f(
Lifetime\ Transfers,
Previous\ Inheritance,
Current\ Wealth,
Recipient\ Circumstances
)
]
두 체계를 동일한 가구자료에 적용하여 비교한다.
평가지표는
1. 조세수입
2. 세후 지니계수
3. 자산불평등
4. 세대 간 이동성
5. 노동공급
6. 저축
7. 창업
8. 주거이동
9. 조세회피
10. 행정비용
이다.
10. 연구의 궁극적 질문
최종적으로 이 연구가 묻는 것은 상속세율이 몇 퍼센트여야 하는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다음이다.
«어떤 조세체계가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경제적 운명을 결정하는 정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낮추면서도, 노동·저축·투자·가족부양·기업승계를 과도하게 왜곡하지 않는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하면 이 연구는 조세학, 경제학, 사회이동성 연구, 인구학, 노동경제학, 주거경제학을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3세대 생애계정은 하나의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이 된다.
대한민국 3세대 생애계정 기반 세제개혁안
— 상속세 개편을 넘어 ‘평생 자산이전 과세체계’로
I. 개혁의 목표
대한민국의 조세개혁 목표를 다음 네 가지로 재정의한다.
1. 정상적인 가족지원은 보호한다.
2. 거대한 세대 간 부의 집중은 관리한다.
3. 노동·저축·창업으로 형성한 자산과 반복적인 무상이전을 구분한다.
4. 세후 세대 간 이동성을 높인다.
따라서 목표는 “상속세를 최대한 많이 걷는 것”이 아니다.
목표함수는 다음과 같다.
[
Maximize;
Intergenerational\ Mobility
+
Equality\ of\ Opportunity
+
Economic\ Efficiency
]
subject to
[
Revenue \geq Required\ Fiscal\ Floor
]
and
[
Administrative\ Cost \leq Acceptable\ Level
]
II. 제1개혁 — 상속세를 ‘수증자 중심 평생 이전세’로 단계적 전환
현재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구조다.
OECD는 기회균등을 주요 목표로 한다면 전체 유산보다 각 수증자가 실제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수증자 중심 과세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평생 동안 받은 증여와 상속을 누적하는 방식은 여러 번 나누어 이전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총 이전액에 대해 보다 일관된 세부담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한다.
1단계
상속과 증여의 통합 신고체계 구축.
2단계
개인별 평생 이전계정(Lifetime Transfer Account) 도입.
3단계
상속·증여를 개인별 누적 수증액 기준으로 과세.
4단계
기존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수증자 중심 세제로 전환.
III. 제2개혁 — 평생 이전 누적계정
개인 A가 부모로부터
- 30세에 1억원
- 35세에 2억원
- 40세에 3억원
- 55세에 5억원
- 60세에 10억원
을 받았다고 하자.
현행 제도는 각각의 증여·상속 사건을 별도의 과세사건으로 처리하는 복잡성이 존재한다.
새 제도에서는 국가가 개인별로
[
Lifetime\ Transfer
\sum Gifts + \sum Inheritances
]
를 기록한다.
이것이 평생 자산이전계정이다.
IV. 제3개혁 — ‘기본 가족지원 구간’ 신설
가족이 자녀를 지원하는 것을 전부 과세하면 안 된다.
오히려 정상적인 세대 간 지원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개인별 평생 누적 이전액 가운데 일정 구간은 비과세한다.
예를 들어 정책 설계안으로:
평생 누적 수증액
- 0~5억원: 0%
- 5~10억원: 10%
- 10~30억원: 20%
- 30~100억원: 30%
- 100억원 초과: 40%
와 같은 구조를 검토할 수 있다.
주의: 이것은 현행 법정 세율이 아니라 본 연구가 제안하는 정책 시뮬레이션용 예시다.
실제 법제화 전에는 세수효과·분배효과·회피행태를 모델링하여 세율을 결정해야 한다.
V. 왜 기존 50% 최고세율을 무조건 유지하거나 무조건 폐지하지 않는가
현재 한국의 상속·증여세는 최고 50%다.
하지만 OECD가 지적하듯 세율만으로 제도의 공평성을 판단할 수 없다.
과세표준의 폭, 공제, 자산별 특례, 생전증여, 평가규칙, 기업승계 규정 등에 따라 실효세부담이 달라진다. OECD는 많은 국가에서 광범위한 면제와 특례가 상속세의 실효성과 진보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핵심은
«높은 세율 + 좁은 과세기반»
이 아니라
«넓고 투명한 과세기반 + 합리적인 누진세율»
이다.
VI. 제4개혁 — ‘상속’보다 ‘생전 이전’을 더 정확하게 포착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
부의 이전이 사망 시점에만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현실을 놓친다.
자녀가 25세에 부모에게서 5억원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고, 그 주택가격이 상승한 뒤 60세에 또 10억원을 상속받는 경우를 생각하자.
경제적으로 보면 25세의 5억원은 매우 큰 출발점이다.
따라서 새 제도에서는 생전증여와 상속을 하나의 평생 이전계정으로 통합한다.
OECD 역시 생전증여와 상속을 함께 고려하는 평생 이전과세가 여러 차례의 이전을 일관되게 과세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평가한다.
VII. 제5개혁 — 부모지원의 ‘경제적 종류’를 구분
모든 지원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A. 생계·교육지원
교육비, 의료비, 기본생활비 등.
→ 일정 범위 보호.
B. 주거지원
전세금·주택구입 지원.
→ 일정 금액까지 보호하되 대규모 자산이전은 누적계정에 포함.
C. 창업·생산적 투자
창업자금, 사업투자.
→ 일정 조건에서 과세유예 또는 저율과세.
D. 순수 자산이전
현금·주식·부동산 등 대규모 무상 이전.
→ 평생 누적 이전세의 핵심 과세대상.
이렇게 해야 “부모가 자녀 교육비를 내는 것”과 “수백억원의 자산을 세대 간 이전하는 것”을 동일한 행위로 취급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VIII. 제6개혁 — 기업승계는 별도 트랙으로 보호
가업승계 문제는 일반 상속과 분리해야 한다.
OECD도 상속과세가 가족기업 승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별도의 설계문제로 본다. 동시에 지나치게 낮은 과세는 자본을 덜 적합한 상속인에게 이전시키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기업승계는
- 고용 유지
- 국내 투자
- 장기 경영
- 기업의 실질적 사업활동
-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조건으로 세액 납부유예를 허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제한 면제해서는 안 된다.
IX. 제7개혁 — 자산평가와 조세회피를 동시에 개혁
평생 이전과세는 단순히 세율만 바꾸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필수적으로
- 금융자산
- 부동산
- 비상장주식
- 신탁
- 해외자산
- 법인을 통한 우회이전
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OECD는 상속·증여세의 효과가 면제와 특례, 생전증여를 통한 조세회피 기회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디지털화된 제3자 정보보고와 자료연계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도 세율 인상보다 먼저 과세정보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X. 제8개혁 — 3세대 생애계정은 ‘과세계정’과 ‘통계계정’을 분리한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가 3세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세금 계산에 직접 넣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두 개의 계정을 만든다.
① Tax Account
실제 세금계산에 필요한 정보만 포함.
- 증여
- 상속
- 자산
- 과세가액
- 공제
- 세율
② Social Mobility Account
정책연구를 위한 통계계정.
- 부모 자산
- 교육
- 주거
- 부채
- 이전
- 노동소득
- 자녀 결과
개인식별정보는 엄격하게 분리한다.
이렇게 해야 “3세대 생애계정”이 국민감시 시스템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XI. 제9개혁 — 세수의 사용처를 ‘세대 이동성 투자’로 연결
여기서 이 개혁은 단순한 세금정책을 넘어선다.
세대 간 이전으로 확보한 세수의 일정 부분을 다음 분야에 투자한다.
1. 청년 자산형성
2. 교육기회
3. 주거자립
4. 창업자본
5. 직업훈련
6. 초기 성인기 부채완화
즉,
[
Intergenerational\ Transfer\ Tax
\rightarrow
Intergenerational\ Opportunity\ Investment
]
라는 구조를 만든다.
부의 이전을 단순히 빼앗아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의 집중된 자산이 다음 세대 전체의 출발점을 개선하는 자본으로 다시 순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XII. 제10개혁 — 성과를 세수로 평가하지 않는다
개혁의 KPI는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1. 세대 간 소득탄력성
2. 세대 간 자산탄력성
3. 부모 배경과 청년 자산의 상관관계
4. 청년 주거독립률
5. 청년 창업률
6. 상속·증여의 집중도
7. 조세회피 규모
8. 세후 자산불평등
9. 조세행정비용
10. 세대 간 이동성
이렇게 해야 조세개혁의 목적이 “얼마나 더 걷었는가”에서 “사회가 얼마나 이동 가능해졌는가”로 바뀐다.
XIII. 법률 개정 패키지
실제 법률로 옮기면 최소한 다음의 패키지가 필요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1. 상속·증여 통합 이전계정
2. 개인별 평생 누적 수증액
3. 수증자 중심 누진과세
4. 생전증여와 상속의 과세기준 통합
5. 특례·공제 재설계
「국세기본법」
1. 세대 간 자산이전 정보의 안전한 연계
2. 제3자 보고체계
3. 정보보호 규정
「통계법」
1. 세대 간 이동성 통계 작성
2. 세대 간 자산이전 통계
3. 3세대 생애계정 통계 구축
「개인정보보호법」
1. 연구 목적의 가명정보 결합
2. 목적 외 이용 금지
3. 개인별 생애계정의 공개 금지
XIV. 시행순서
한 번에 전환하면 안 된다.
Phase 1 — 2027~2028
측정 인프라 구축
- 생전증여 데이터
- 상속 데이터
- 자산 데이터
- 소득 데이터
- 주거 데이터
- 세대 간 이동성 데이터
연계.
이 단계에서는 세율을 크게 변경하지 않는다.
Phase 2 — 2029~2030
평생 이전계정 시범운영
개인별 누적 이전액을 계산하되 기존 과세제도와 병행한다.
이를 통해 실제 세수와 회피행태를 측정한다.
Phase 3 — 2031~2033
상속세 → 수증자 중심 평생 이전세로 전환
기존 상속세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lifetime transfer taxation을 확대한다.
Phase 4 — 2034 이후
3세대 사회회계 정식화
국가가 매년 다음을 발표한다.
«대한민국 세대 간 이동성 보고서»
그리고
«대한민국 세대 간 자산이전 보고서»
를 별도로 공개한다.
XV. 이 개혁의 가장 중요한 철학
이 개혁은 부자를 적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부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지도 않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으로 돈을 주는 것을 죄악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가족의 자원 이전을 인정한다.
다만 다음 질문을 국가가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묻자는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가족으로부터 얼마의 경제적 자원을 이전받았는가?»
그리고
«그 이전이 몇 세대에 걸쳐 반복되었는가?»
그리고
«그 결과 다음 세대의 출발점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 세 질문이 연결되어야 한다.
XVI. 최종 정책원칙
따라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세제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허용한 경제적 기회 속에서 형성된 자산의 세대 간 이전이 누적될수록 점진적으로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게 한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노동·저축·혁신을 통해 형성한 자산은 최대한 존중하되, 다음 세대의 출발점을 결정할 정도로 거대한 무상이전에는 명확한 사회적 가격을 부과한다.”»
이것이 금액과 과정을 동시에 보는 세제다.
현재 자산을 보되 생애를 보고,
상속을 보되 생전증여를 보고,
한 사람을 보되 부모와 자녀를 함께 보고,
세금을 걷되 그 세금이 다음 세대의 기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측정하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세제개혁은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어떤 경로로 부가 축적되고, 어떻게 세대를 넘어 이동하며, 그 과정이 다음 세대의 기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라는 질문으로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