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쾌락 기계라고 생각한다
feat. 에일리언인터뷰 | 나는 인간이 쾌락 기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을 그렇게 대단하게 보지 않는다. 이 말이 냉소처럼 들린다면, 아직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인간을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인간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가 보인다. 나는 기계론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
나는 인간이 쾌락 기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을 그렇게 대단하게 보지 않는다.
이 말이 냉소처럼 들린다면, 아직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인간을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인간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가 보인다.
나는 기계론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몸은 목적을 가지고 설계된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 철학이나 종교가 아니라 — 뜻밖의 방향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2024년, 에일리언 인터뷰
2024년에 나는 『에일리언 인터뷰(Alien Interview)』라는 책을 읽었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UFO가 추락했다. 미 육군은 생존한 외계 존재를 확보했고, 유일하게 그 존재와 교신할 수 있었던 인물은 간호장교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였다. 그녀는 텔레파시로 60일 이상 대화를 나눴고, 60년 넘게 비밀을 지키다 죽기 몇 주 전 기록을 공개했다.
픽션일 수도 있다. 사실일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너무 체계적이며,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인간관을 정확하게 언어화해줬다는 것이다.
외계 존재 Airl은 10챕터 — “생물학 수업(A Lesson in Biology)“에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몸은 오락 기구였다
Airl의 설명에 따르면, 이 우주에서 생물학적 신체의 최초 개발은 약 74조 년 전에 시작됐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이랬다:
> *“It rapidly became a fad for IS-BEs to create and inhabit various types of bodies for an assortment of nefarious reasons: especially for amusement, this is to experience various physical sensations vicariously through the body.”*
IS-BE란 ‘Immortal Spiritual Being’, 불멸하는 영적 존재를 뜻한다. 육체가 없는 순수한 의식체다. 그들은 어느 시점부터 몸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 **재미**였다. 신체를 통해 물리적 감각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서.
몸은 오락 기구였다. 잠깐 들어가서 감각을 체험하고 나오는 장치. 인간의 몸이 처음부터 고귀하게 설계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쾌락을 경험하기 위한 일종의 수트(suit), 잠깐 입었다 벗는 체험 기구였다.
그런데 갇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irl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IS-BE들이 몸 안에 갇히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방식이 교묘하다.
몸은 겉으로 보기엔 튼튼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취약하게 설계됐다. IS-BE가 자신의 본래 에너지를 사용하다 몸이 다치는 사고가 생겼다. 그러자 IS-BE는 미안한 마음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다음번에 몸을 사용할 때는 자신의 힘을 억제했다.
그렇게 힘을 죽이고, 조심하고, 몸에 맞춰가다 보니 — 어느 순간 나올 수가 없게 됐다.
이것이 트랩이었다. 수트인 줄 알고 입었다가, 수트가 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상태다.
지구는 그 이후
이후의 역사는 더 가혹하다.
Airl에 따르면 지구는 이 우주에서 변방 중의 변방이다. 은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행성계, 식물원이나 감옥으로나 쓸 수 있는 곳. 30,000 BCE부터 지구는 실제로 감옥 행성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Old Empire”라 불리는 세력이 반항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IS-BE들을 이곳으로 유배 보냈다.
기억은 지워졌다. 몸이 죽으면 영혼은 포획되어 다시 몸 안으로 이식됐다. “빛으로 돌아오라”는 최면 명령이 심어졌고, 우리가 ‘천국’이나 ‘내세’라고 부르는 개념은 그 트랩의 일부다. 다시 들어가게 만드는 장치.
쾌락 기구로 만들어졌다가, 감옥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왜 이걸 믿는가
정확히는 ‘믿는다’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나는 UFO 신봉자도 아니고, 음모론 채널을 달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26살, 매일 코드 짜고 프로덕트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오랫동안 내가 느껴왔던 어떤 감각이 언어를 얻었다.
인간이 너무 쾌락에 취약하다는 것. 음식, 섹스, 자극, 인정, 도파민 — 우리는 이것들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진다.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진화론은 왜 이 구조가 이렇게 정교하게 쾌락 중심으로 설계됐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너무 잘 만들어졌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처럼.
그리고 수명.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60~100년이다. Airl은 이것을 두고 “flesh bodies live for only a very short time”이라고 말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찰나다.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 기구라는 말이 딱 맞는다.
육체는 무겁고, 느리고, 늙고, 병든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이 이 몸과 동일한 존재인지 — 솔직히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이 인간관이 내게 주는 것
기계론적 인간관이 허무주의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쾌락 기구인데 뭘 열심히 하냐고.
나는 반대로 느낀다.
오히려 가볍다. 몸이 잠깐 입는 수트라면, 이 수트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 외모, 건강, 나이, 성취 —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 지금 이 순간에 더 잘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쾌락에 끌리는 자신을 자책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설계됐으니까. 설계된 대로 반응하는 시스템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그 구조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구조를 알면, 조금은 덜 끌려다닐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떤 전통적 믿음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어떤 위안이 아니라, 냉정한 명료함이었다.
우리는 잠깐 여기 있다. 몸이라는 기계에 탑승한 채, 감각을 체험하고, 그리고 나간다. 다음에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기억이 지워진다면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나에게 남은 질문이다.
*이 글은 『Alien Interview』 (Lawrence R. Spencer 편집, 2008) 의 내용을 바탕으로 씁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 텍스트가 담고 있는 세계관 자체가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