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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에세이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이 있다.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자신만 멈춰 있는 것 같고, 한 발만 떼면 되는 그것조차 못 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날. 그 한심함이 틀려서 괴로운 게 아니다. 맞아서, 맞는 말이라서, 그래서 더 괴롭다. 그랬었어서, 그랬으니까 안다. 머리는 멀쩡하게 알고 있다. 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이 있다.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자신만 멈춰 있는 것 같고, 한 발만 떼면 되는

그것조차 못 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날.

그 한심함이 틀려서 괴로운 게 아니다.

맞아서, 맞는 말이라서, 그래서 더 괴롭다.

머리는 멀쩡하게 알고 있다.

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것.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

이런 삶이 아깝다는 것도 사실은 제일 잘 안다.

정말 아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이불에서 등이 안 떨어지고, 신발까지의 거리가 천 근이다.

밖에서 보면 한 발인데, 안에서는 그게 천 리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평화도 전쟁도 만든다.

그런 사람들이 AI 따위로 세상을 만들고,

번지르르한 성을 쌓아올린다.

그런 단지 사람이라는 존재 따위가,

지구의 대자연, 기후도 바꾸는 시대다.

당신이 못 나오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몸이 안 움직이는 건 고장이 아니다.

너무 오래 버텼다는, 혼자 너무 많이 졌다는 신호다.

그건 전혀 잘못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게 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게 됐으면 진작 나왔을 테니까.

나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골방을 지나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그중 하나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는 다 거기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든, 나왔다.

멋지게 박차고 나온 게 아니라 —

어느 날 누가 옆에 앉아줘서,

혹은 그냥 몸이 조금 가벼워진 날에, 슬그머니.

그러니까 그날이 올 때까지는 그냥 살아만 있어주면 된다.

나가는 건 그다음이다.

그리고 — 몸이 안 움직이는 날이 길어지면,

글로 닿는 건 여기까지다.

그다음은 주변 사람에게 기대야 한다.

의사든, 상담사든,

너를 아는 누구든.

그건 빚을 지는 게 아니라

네가 찾아서 받아야하는 공공재다.

혼자 천 근을 들지 않아도 된다.

그 거대한 걸 바꾼 사람들도, 처음엔 다 한 명 한 명.

그리고 골방에서 했다.

세상이 아무리 벅차게, 위협적으로 커져도,

그걸 움직이는 건 결국 한 명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아껴도 된다. 자기 삶을.

지금 못 움직여도, 이 세상은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6월 29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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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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