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마스터베이션을 넘어, 시스템의 재설계로
분노의 마스터베이션을 넘어, 시스템의 재설계로 최근 한국 축구계는 홍명보 전 감독의 사퇴와 그를 둘러싼 잡음으로 뜨거웠다. 월드컵 3차전 이후 이어진 인터뷰와 졸전은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고, 여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감독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보아야 할 것은 개인이
분노의 마스터베이션을 넘어, 시스템의 재설계로
최근 한국 축구계는 홍명보 전 감독의 사퇴와 그를 둘러싼 잡음으로 뜨거웠다. 월드컵 3차전 이후 이어진 인터뷰와 졸전은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고, 여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감독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보아야 할 것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결함이다.
1. 희생양 찾기와 분노의 소비
한국 사회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구조에서 찾기보다, 당장 손가락질할 수 있는 '개인'을 찾아내어 매장하는 방식을 택한다.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가 논리적이고 정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분노가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대중이 원한 것이 '합리적인 해명'이 아니라 '분노를 배설할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분노의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하다.
2. 고장 난 OS를 둔 채 앱만 교체하는 사회
시스템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오류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을 개선하는 대신 사람만 바꾸는 방식은, 고장 난 OS 위에서 끊임없이 앱만 재설치하는 것과 같다. 사람만 바뀔 뿐 그를 선임하고 운영했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불투명한 행정이 그대로라면, 똑같은 역사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3. 구조적 결함을 향한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
다행히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개인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제도적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폐쇄적인 간선제에서 탈피해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는 직선제 형태의 회장 선출 방식 개편을 추진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를 통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객관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감독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사회의 구성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는, 그동안의 '밀실 행정'이라는 OS 결함을 바로잡으려는 구체적인 업데이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4.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힘
시간이 흐르면 도태될 시스템을 지켜보며 소음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지금처럼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결국 세상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힘은 분노를 배설하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고통스럽고 긴 과정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비난의 소음에서 벗어나 묵묵히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개인 탓을 하는 낡은 문화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것이 실력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정답은 간단하다. 남의 탓을 멈추고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는 동시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 그것만이 이 반복되는 역사를 끊어낼 유일한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