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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다 보니

점점 수다쟁이가 되어간다 | 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다 보니, 점점 수다쟁이가 되어간다 요즘 내가 여러모로 말을 참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조용한 편이었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직접 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더 수다스러워졌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유가 꽤 분명했다. 개발과 세일즈는 전혀 다른 일처럼 보

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다 보니,

점점 수다쟁이가 되어간다

요즘 내가 여러모로 말을 참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조용한 편이었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직접 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더 수다스러워졌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유가 꽤 분명했다. 개발과 세일즈는 전혀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 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개발을 할 때 나는 계속 혼잣말을 한다.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 사용자는 어디에서 막힐지, 이 구조를 이렇게 바꾸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지금 만든 것이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 계속 머릿속으로 질문하고 답한다. 코드는 화면에 보이는 결과물이지만, 그 코드를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문장과 가설이 먼저 지나간다. 개발을 오래 할수록 오히려 생각을 말로 설명하는 일이 많아진다.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내가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발을 마치고 고객을 만나면 또 다른 종류의 언어화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이해하는 언어로 다시 바꿔야 한다. 서버가 어떻고 데이터 구조가 어떻고 모델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중요하지 않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그래서 내 일이 얼마나 편해지는가”,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정말 해결되는가”다.

그래서 같은 제품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르게 설명하게 된다. 개발할 때는 기술의 언어로 설명하고, 고객을 만날 때는 문제의 언어로 설명하고, 가격을 이야기할 때는 가치의 언어로 설명하고, 다시 혼자 돌아오면 그 대화를 제품의 구조로 번역한다. 하루 종일 생각을 말로 바꾸고, 말을 다시 구조로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아마 그래서 점점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세일즈를 직접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의 반응을 훨씬 많이 보게 되었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바로 이해하는지, 어디에서 표정이 바뀌는지, 어떤 설명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설명에서는 다시 질문하는지를 계속 관찰한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뜻만은 아니다. 상대방이 이해하는 지점을 찾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말을 던져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이 다시 개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열 번 설명해야 하는 기능은 제품 안에서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기능은 사용법도 단순한 경우가 많다. 세일즈를 하다가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발을 하다가 세일즈 문장을 발견한다. 둘을 같이 하다 보니 제품과 언어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설명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반대로 말만 잘하고 실제 제품이 따라오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결국 만드는 능력과 설명하는 능력이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발과 세일즈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조금 이상한 사람이 되어간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다가, 고객을 만나면 갑자기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 나눈다. 방금 전까지 데이터 구조를 고민하다가, 몇 분 뒤에는 사람의 고민을 듣고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또 혼자 오늘 나눈 대화를 분석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생각이 생기면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끝냈을 생각도 이제는 말하면서 정리한다. “이건 왜 이렇게 되어 있지?”, “이렇게 바꾸면 더 낫지 않을까?”, “이 사람은 왜 저렇게 말했을까?”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꺼낸다.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수다쟁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뭐, 맞다. 실제로 수다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다만 예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나에게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말을 하면서 생각을 만들고, 생각을 구조로 만들고, 구조를 제품으로 만들고, 그 제품을 다시 사람에게 설명한다. 내 일 전체가 하나의 긴 대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개발도 하고 세일즈도 하니까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

하루 종일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하루 종일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하나 있다.

친한 사람을 만나면 가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40분짜리 인생과 사업의 설명회를 듣게 될 수 있다.

미리 미안하다.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19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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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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