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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도 액티브와 패시브가 있다

기술도 투자 펀드 주식 처럼 용도가 있다. | 기술에도 액티브와 패시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식적인 기술 분류라기보다 사업을 하면서 기술의 효용을 구분하기 위해 내가 쓰는 표현이다. 액티브 기술은 새로운 결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이고, 패시브 기술은 손실·사고·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뒤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NIST Cybersecurity Framework 역시 사이버보안 활

기술에도 액티브와 패시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식적인 기술 분류라기보다 사업을 하면서 기술의 효용을 구분하기 위해 내가 쓰는 표현이다.

액티브 기술은 새로운 결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이고, 패시브 기술은 손실·사고·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뒤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NIST Cybersecurity Framework 역시 사이버보안 활동을 Protect, Detect, Respond, Recover 등으로 구분하는데, 상당수는 새로운 산출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보호하고 이상을 탐지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nist.gov)

액티브 기술은 사업적으로 설명하기 쉽다. 자동화를 도입해 작업시간을 줄이거나, AI가 사람이 하던 작업을 대신하거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도입 전과 후의 차이가 바로 보인다. “10시간 걸리던 일을 10분 만에 합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반면 보안 같은 패시브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주로 발생 가능한 손실을 줄이는 데서 나온다. 정보보안 투자의 경제성을 설명하는 Gordon-Loeb 모델 역시 보안 투자를 통해 기대손실을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를 핵심 가치로 본다. 보안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새로운 매출이나 새로운 문서가 아니라, 원래 발생할 수 있었던 침해와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researchgate.net)

백업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날에는 백업 시스템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그 가치가 드러난다. CISA는 랜섬웨어 대응 지침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오프라인·암호화된 형태로 백업하고 실제 복구 가능성과 무결성을 정기적으로 시험할 것을 권고한다. 랜섬웨어가 접근 가능한 백업까지 삭제하거나 암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업의 핵심 성과도 평소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 중단과 영구적인 데이터 손실을 줄이는 데 있다. (cisa.gov)

접근통제 역시 같은 구조다. NIST는 승인된 사용자·프로세스·기기만 필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중요한 보호 기능으로 다루고 있으며, 각 주체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만 갖도록 하는 최소권한 원칙을 강조한다. 접근통제가 성공했다는 것은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권한 없는 사람이 보지 말아야 할 데이터를 보지 않았고 실행해서는 안 되는 작업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nist.gov)

AI Agent 보안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OWASP는 외부 웹사이트나 파일에서 들어온 콘텐츠가 LLM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간접 Prompt Injection으로 분류하며, 공격이 성공하면 민감정보 노출, 허가되지 않은 기능 사용, 연결된 시스템에서의 명령 실행과 중요한 의사결정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MCP 환경에서도 정상적인 Tool 설명이나 반환값에 숨은 명령을 삽입해 Agent 행동을 바꾸는 Tool Poisoning이 실제 공격 유형으로 논의된다. AI가 외부 파일과 Tool을 읽고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읽게 할 것인가” 자체가 하나의 보안 경계가 된 것이다. (genai.owasp.org)

예를 들어 AI Agent가 PDF, DOCX, ZIP, MCP 같은 외부 입력을 바로 모델에 전달하지 않고 먼저 구조와 내용을 분석해 위험 유형을 분류한 다음 정책에 따라 통과시키는 계층을 둔다고 해보자. OWASP의 AI Agent Security 지침 역시 외부 문서·이메일·웹사이트를 통한 간접 Prompt Injection, Tool Abuse, Privilege Escalation, Data Exfiltration 등을 주요 위험으로 다루며, 외부 콘텐츠를 신뢰되지 않은 입력으로 취급하고 Trust Boundary와 Access Control을 명확하게 둘 것을 권고한다. Agent 앞단의 별도 검사와 정책 집행 지점은 단순히 보기 좋은 아키텍처 박스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알려진 공격면을 별도의 통제지점에서 다루는 구조다. (cheatsheetseries.owasp.org)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같은 기술을 “위험한 파일을 차단합니다”라고 설명하면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는 사고 확률을 줄이는 패시브 효용에 머무르기 쉽다. 하지만 “우리 AI Agent는 외부 파일을 바로 읽지 않습니다. 별도의 사전 위험 분류 레이어를 먼저 거칩니다”라고 설명하면 같은 기술이 고객에게 설명 가능한 보안 구조가 된다.

이것이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NIST AI Risk Management Framework는 AI 위험관리를 기술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거버넌스 문제로 보고 있으며 정책, 절차, 통제와 위험관리 결과를 문서화하고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룬다. 기술적 통제가 실제 조직의 책임구조와 연결되고, 내부 의사결정자와 고객에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nist.gov)

이 지점에서 패시브 기술은 액티브한 사업 가치로 번역된다. 실제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세일즈팀은 제안서에서 어떤 통제가 존재하는지 설명할 수 있고, 고객의 보안팀은 어느 지점에서 위험을 차단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경영진은 AI 위험을 어떤 구조로 관리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설명 가능한 보안 구조”는 단순한 마케팅 장식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통제를 검토하고 승인하고 판매하기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nist.gov)

좋은 백업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백업 기능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 복구시험과 무결성 검증까지 가능한 구조라면 “데이터 손실에 대비된 서비스입니다”라고 말할 근거가 생긴다. 좋은 접근통제도 단순한 로그인 기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에 접근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관리한다면 “권한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입니다”라는 제품의 신뢰로 연결된다. 패시브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고 가치가 작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할수록 위험을 줄이고 동시에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다. (cisa.gov, nist.gov)

그래서 나는 B2B 기술을 볼 때 기능의 복잡도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가, 운영비를 줄이는가, 사고가 났을 때 복구할 수 있는가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는 “이 기술을 도입한 고객이 자신의 고객과 내부 의사결정자에게 무엇을 새롭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가”도 본다. 기술적 측정뿐 아니라 거버넌스, 문서화, 책임성과 커뮤니케이션이 기업의 AI 위험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꽤 현실적인 질문이다. (nist.gov)

결국 좋은 B2B 기술은 코드 안에서 한 번 작동하고 회의실에서 한 번 더 작동한다. 코드 안에서는 실제 문제를 막고, 회의실에서는 “우리는 이 위험을 이렇게 관리합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특히 보안·백업·접근통제 같은 패시브 기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가치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통제의 존재와 작동 방식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눈에 정리하면 액티브 기술은 무언가를 만들고, 패시브 기술은 무언가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다. 액티브 기술은 매출 증가, 시간 단축, 생산량 증가처럼 성과가 직접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팔기 쉽다. 패시브 기술은 사고 없음, 침해 없음, 데이터 손실 없음처럼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 성과이기 때문에 그대로 팔면 상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B2B에서는 패시브 기술을 단순한 방어 기능으로 두지 않고 신뢰, 통제, 도입 명분, 고객 제안서의 차별화 문구로까지 번역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두 개다. 이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막는가. 그리고 이 기술 덕분에 고객이 무엇을 새롭게 말할 수 있게 되는가.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23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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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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