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이 먼저 움직인다
중심이 먼저 움직인다 어떤 시대는 무너지는 순간보다 아직 멀쩡해 보일 때 더 많은 것이 결정된다. 한나라도 그랬다. 조정은 있었고 관직도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익숙한 이름으로 세상을 설명했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조금씩 다른 곳에 쌓이고 있었다. 오래된 질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도, 은행도, 대기업도, 법도 오래 남는다. 다만 존재한다는 것과
어떤 시대는 무너지는 순간보다 아직 멀쩡해 보일 때 더 많은 것이 결정된다. 한나라도 그랬다. 조정은 있었고 관직도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익숙한 이름으로 세상을 설명했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조금씩 다른 곳에 쌓이고 있었다. 오래된 질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도, 은행도, 대기업도, 법도 오래 남는다. 다만 존재한다는 것과 여전히 중심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가 한전을 보며 중요하지 않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젊고 새로운 기업의 상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처럼, 강한 것과 최전선에 있는 것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질서가 흔들리는 시작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황건적처럼 이전에는 일부만 가질 수 있었던 힘이 여기저기 퍼지고, 그때부터 숫자보다 사람이 중요해진다. 병사가 흔해질수록 오히려 영웅의 값이 올라간다. 같은 것을 손에 쥐고도 누구는 제자리에서 돌고, 누구는 전혀 다른 전장을 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어디에 배치하고, 무엇을 위해 움직이게 하느냐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병사처럼 잘게 나누는 구조보다 각자 자기 판단과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할 때 힘을 합치는 연합을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기에게 맞는 말이 필요하다. 좋은 말이라고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적토마도 어린아이가 타면 적토마가 아니다. 말을 잘 만드는 능력과 그 말을 탈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전혀 다른 기술이고, 어쩌면 두 번째가 더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보다 누구에게 붙여야 하는가를 더 오래 본다.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큰가보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무엇을 붙였을 때 갑자기 속도가 달라지는가, 그 사람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 또 누가 함께 움직이는가를 본다.
그래서 MAEUM이라는 이름도 조금 다르게 읽힌다. 마음을 말하면 말이 생기고, 그 말을 타고 회사가 달린다. Where Companies Run. 예전에는 좋은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안에 구조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말을 만들어주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 관리해주면 되고, 어떤 사람과는 처음부터 같이 달릴 수도 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말이 있어도 붙이지 않는 편이 나은 사람도 있다. 결국 Customer Selection은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Resource Allocation의 문제가 된다.
역사에서 재미있는 장면은 늘 현재의 크기와 앞으로의 기울기가 갈라질 때 나온다. 원소가 더 컸던 시절에도 순욱은 다른 곳을 봤다. 그때 조조에게는 훗날의 북중국도, 황제도, 둔전도 없었다. 다만 이미 몇 번 부딪혀본 흔적이 있었고, 실제로 움직여본 기록이 있었고, 이상하게 계속 커지는 방향이 있었다. 좋은 사람 하나가 또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도 그 뒤의 일이었다. 그래서 백 명을 직접 찾는 것보다, 어떤 한 사람이 큰 곳을 떠나 이쪽을 바라볼 이유를 먼저 만드는 편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28이라는 숫자를 조금 다르게 본다. 지금 완성될 필요도 없고 이름이 알려질 필요도 없다. 지금은 돈을 벌고,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많이 깨지고, 사람을 보고, 고객을 보고, 잘못 고르면 정리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남겨둘 때다. 끝난 것을 굳이 지울 필요도 없다. superseded라고 남겨두면 된다. 지나간 선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판단의 재료가 되고, 작은 실패들이 나중에 더 비싼 실패를 막아주면 된다. 30대는 아직 멀다. 그래서 오히려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한동안은 상소문을 많이 썼다. 왜 가격은 그대로인지, 왜 사람을 여전히 병사처럼 쓰는지, 왜 직급과 조직의 크기가 힘의 크기처럼 받아들여지는지, 왜 새로운 도구가 나왔는데도 일하는 방식은 오래된 좌표 위에 있는지를 계속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질문은 오래 적다 보면 결국 직접 확인하고 싶어진다. 설명하는 대신 만들어보고, 실제 사람에게 붙여보고, 돈을 받고, 돌아가는지 보고, 깨지면 고치고, 다시 붙여보는 것이다. 상소문 다음에는 결국 행동이 온다.
그렇다고 오래된 것을 부술 필요는 없다. 조조도 한나라의 관료였고, 그 뒤에 들어선 나라들도 앞선 시대가 만든 제도와 행정체계를 상당 부분 사용했다. 새로운 질서는 기존 시스템을 전부 없애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달라지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쓰고, 은행도 쓰고, 법도 쓰고, 큰 회사와도 거래하면 된다. 다만 그것들이 내 힘의 근원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현금, 기술, 판단, 신뢰, 사람, 네트워크처럼 직함이 없어져도 남는 것들을 따로 쌓아두면 된다.
30년 뒤에도 Google, Microsoft, NVIDIA는 아주 강한 회사일 수 있다. 다만 그때의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가장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낄지는 다른 문제다. 기업은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이 더 이상 그곳에서 자기 가장 큰 전장을 찾지 못할 때 늙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보고 싶은 것은 회사의 크기보다 사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특히 젊고 강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싶어 하는지다.
지금은 아직 무명이어도 괜찮다. 필요한 것은 이름보다 전공, 군량, 기록, 사람, 기울기다. 돈을 벌고, 깨지고, 다시 하고, 좋은 사람을 보고, 좋은 말을 만들고, 그 말을 누구에게 붙일지를 생각한다. 성 하나가 생기고, 다음 성이 생기고, 좋은 사람이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데려오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것이 세력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직원 수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의 총합으로서의 세력.
2026. 아직 모두가 같은 질서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정도 서 있고, 관직도 있고, 큰 성들도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 병사는 이미 풀렸고, 누군가는 자기 말을 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지금보다 다음을 보고 있다.
아마 중요한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한나라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먼저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