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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선택은 인생의 근거가 아니다

남의 선택은 인생의 근거가 아니다 남들이 취업한다고 해서 내가 취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남들이 창업한다고 해서 내가 창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다수의 행동과 규범이 개인의 판단을 실제로 바꾼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확인되어 왔지만, 그것은 다수가 옳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 정확성·소속감·자기 이미지 때문에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는

남들이 취업한다고 해서 내가 취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남들이 창업한다고 해서 내가 창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다수의 행동과 규범이 개인의 판단을 실제로 바꾼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확인되어 왔지만, 그것은 다수가 옳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 정확성·소속감·자기 이미지 때문에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에 가깝다. 따라서 경기나 산업환경처럼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공통 변수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이 어떤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과 내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의사결정 관점에서 거의 별개의 사건으로 다루는 편이 합리적이다. 개인마다 보유자산, 소득, 기술, 가족부양 책임, 실패를 견딜 수 있는 기간과 위험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행동의 비용과 기대수익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여기서 편의상 ‘선택지가 제한된 인생’이라고 부르는 상태, 즉 인격이 아니라 당장 쓸 수 있는 자본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거의 없고 실패를 버틸 여유가 작은 상태라면, 창업보다 먼저 취업이나 다른 방식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선택이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 자본과 유동성 제약이 실제로 창업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실증연구가 존재하고, 후속 연구들은 부와 창업의 관계가 모든 자산구간에서 단순하게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까지 보여주므로 핵심은 ‘부자는 창업하고 가난하면 취업하라’가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부족 자체가 사람의 인지적 여유를 잠식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생존비가 급한 사람에게 몇 년 동안 소득이 불확실할 수 있는 선택과 충분한 생활자금을 가진 사람에게 같은 선택은 애초에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이미 기술이 있고,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고, 자본과 생활비가 있으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안정적인 월급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가장 높은 기대수익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기회비용일 수도 있으므로 같은 ‘취업’이라는 행동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사회가 이처럼 서로 다른 조건을 무시하고 하나의 경로를 정상으로 만들 때 생긴다. 연구에서는 강한 규범과 규범 이탈에 대한 낮은 관용을 가진 문화를 ‘tight culture’라고 구분하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사회가 허용하는 행동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규범을 따르라는 압력이 강해진다. 내가 말하는 ‘노예사회’는 법률적으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바로 이런 식으로 개인이 자기 조건보다 사회가 정해놓은 표준 경로를 우선하게 되는 상태를 거칠게 표현한 말이다. 사회규범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라 내면화와 공식·비공식적 제재를 통해 실제 행동을 바꿀 수 있고, 최근의 사회규범 연구도 이러한 규범이 개인의 자율성과 충돌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다들 대학 가니까 대학”, “다들 취업하니까 취업”, “요즘 창업하니까 창업”, “친구들이 결혼하니까 결혼”이라는 사고가 강할수록 사람은 자신의 목적함수를 계산하기보다 집단의 선택을 대리변수로 사용하게 되고, 다수에 맞추려는 압력이 실제 판단과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광범위한 동조 연구와 일치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행동은 정답이 아니라 데이터로 봐야 한다. 누군가 취업했다면 “나도 취업해야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자산, 능력, 위험, 목표와 당시 노동시장이 어떠했기에 그 선택의 기대값이 높았는지를 봐야 하고, 누군가 창업해서 성공했다면 그의 행동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원과 제약 아래에서 그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봐야 한다. 창업 연구 자체도 자산과 유동성 제약의 효과를 두고 서로 다른 실증 결과를 보여주는데, 바로 이것이 단일한 성공공식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좋은 사례다. 결국 남의 선택은 정보일 수는 있지만 내 선택의 근거가 될 수는 없고, 내 선택의 근거는 언제나 내 자원, 내 능력, 내 위험, 내 기회비용,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결과여야 한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사람의 행동은 개인의 조건과 사회적 압력의 결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결과에서 행동만 떼어와 복사하는 것보다 그 행동이 나온 조건을 분석하는 편이 훨씬 타당하다.

자유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무엇을 하든 그것과 별개로 자기 조건을 계산해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 사회규범이 인간의 행동을 강하게 움직이고 때로 자율성과 충돌한다는 연구를 고려하면, 남의 선택을 참고자료로만 남겨두고 최종 판단을 자신의 조건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적어도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24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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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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