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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정치·시사·조회

유토피아는 이미 건설 중인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힘든가

유토피아는 이미 건설 중인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가2026년 8월.한쪽에서는 태양을 지상에 만들려고 한다.정확히 말하면 태양이라는 별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수소 원자핵을 융합시켜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태양 내부의 원리를 지구 위의 기계 안에서 재현하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연구실에 있던 핵융합은 이제 조금씩 발전소와 산업의

유토피아는 이미 건설 중인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가2026년 8월.한쪽에서는 태양을 지상에 만들려고 한다.정확히 말하면 태양이라는 별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수소 원자핵을 융합시켜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태양 내부의 원리를 지구 위의 기계 안에서 재현하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연구실에 있던 핵융합은 이제 조금씩 발전소와 산업의 언어로 넘어오고 있다.미국 에너지부는 2026년 6월 공개한 국가 핵융합 로드맵에서 2030년대 중반 상업 핵융합 산업의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에서 고성능 컴퓨팅과 인공지능을 핵융합 개발을 가속하는 핵심 기술로 명시했다는 점이다.이미 기업들은 기다리지 않는다.Microsoft는 Helion이 건설하려는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목표는 2028년 가동, 초기 목표 발전량은 50MW 이상이다. Helion은 2025년 실제 발전소 부지 공사에도 들어갔다.Google도 Commonwealth Fusion Systems와 계약했다. CFS가 버지니아에 건설하려는 최초의 상업 발전소에서 200MW의 핵융합 전력을 구매하고, 회사에 추가 투자까지 했다.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술기업들이 갑자기 발전소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AI 때문이다.AI를 끝까지 따라가면 결국 전기가 나온다.더 큰 모델을 만들려면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더 많은 연산에는 더 많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며, 데이터센터에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24년 약 460TWh에서 2030년 약 945TWh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가의 가장 중요한 동인은 AI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전력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래서 AI 경쟁은 어느 순간부터 소프트웨어 경쟁이 아니게 된다.모델을 잘 만드는 회사가 필요하다.그 모델을 돌릴 칩이 필요하다.칩을 수십만 개 설치할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그 데이터센터에 24시간 전기를 공급할 발전소가 필요하다.그리고 AI가 더 강해지면 그 AI가 다시 핵융합 플라즈마를 제어하고, 신소재를 탐색하고, 발전소를 설계하고, 전력망을 최적화한다.에너지가 AI를 만들고 AI가 더 좋은 에너지 시스템을 만든다."에너지 → 계산 → 지능 → 과학 → 더 좋은 에너지 → 더 많은 계산 → 더 강한 지능"인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자기증폭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OpenAI 역시 AI 경쟁의 핵심 기반을 chips, data, energy, talent로 정의한다. 이제 AI 기업에게 전기는 서버실 관리비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자원에 가까워졌다.이 그림만 바라보고 있으면 엄청난 낙관론에 빠지기 쉽다.값싼 에너지가 넘쳐나고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노동을 대신한다면 인간은 얼마나 풍요롭게 살게 될까.발전단가가 낮아지면 물을 정화하는 비용도 낮아진다. 냉난방도 싸진다. 공장을 돌리는 비용도 낮아진다. 운송과 물류의 비용도 낮아진다. AI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개발자, 교사에게만 존재했던 전문지식을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다면 지적 서비스의 가격 역시 떨어질 수 있다.AI와 로봇과 풍부한 에너지가 함께 움직이면 지금 우리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것의 가격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어쩌면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정말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시대의 입구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인간은 반드시 대부분의 시간을 생존을 위해 팔아야 하는가.그런데 컴퓨터 화면을 끄고 2026년 8월의 거리로 나오면 전혀 다른 세계가 보인다.힘든 사람이 너무 많다.한국의 가계신용은 2026년 2분기 말 2,019조 8천억 원에 도달했다. 불과 한 분기 동안 25조 9천억 원 증가했다.바로 어제 발표된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하지만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현실이 보인다.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약 109만 원인데 소비지출은 약 137만 원이었다. 이들의 평균소비성향은 **125.3%**다. 평균적으로 벌어서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해야 생활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했다.한쪽에서는 인간이 태양의 에너지 원리를 재현한다.한쪽에서는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복제한다.한쪽에서는 수천억 달러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와 발전소로 흘러간다.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한 달 생활비를 계산하고, 전세대출 이자를 계산하고, 월세를 계산하고, 취업을 걱정하고, 폐업을 걱정하고,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이 두 장면은 모순처럼 보인다.사실은 모순이 아니다.우리는 기술적으로는 풍요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희소성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기술의 변화속도와 인간 사회의 변화속도가 다르다.AI 모델은 몇 달마다 바뀐다.반도체는 몇 년마다 세대가 바뀐다.데이터센터는 수년이면 건설된다.발전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한다.하지만 주택제도, 노동시장, 교육, 세금, 사회보장, 기업의 조직구조, 자산소유구조는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우리는 21세기의 생산기술을 만들면서 20세기의 분배방식과 노동계약과 사회제도를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그래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한 사람이 AI를 이용해서 과거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하루 두 시간만 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 사람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회사가 자동화로 생산성을 두 배 높였는데 그 이익이 노동시간 절반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치와 시장점유율 확대에 먼저 사용될 수도 있다.AI가 교육비를 거의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데 대학의 지위 경쟁이 그대로라면 부모는 여전히 교육에 막대한 돈을 쓴다.기술적으로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내는 제도와 경쟁은 계속 남을 수 있다.그래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여기서 미래가 갈린다.첫 번째 미래에서는 AI와 로봇과 값싼 에너지가 인간에게 실제로 시간을 돌려준다.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평생 붙잡을 필요가 줄어든다. 누구든 상당히 좋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와 전문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 작은 팀이나 심지어 한 사람도 과거 거대한 회사가 만들던 것을 만들 수 있다. 집과 도시와 교통과 에너지의 생산비가 내려간다.그때 인간에게 생기는 가장 큰 사치는 자동차도 명품도 아닐 수 있다.시간이다.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먹을 시간.아이와 놀 시간.책을 읽을 시간.산책할 시간.무언가를 만들 시간.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술적 유토피아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다.사람에게 물건을 많이 주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에게 자기 인생을 돌려주는 사회.하지만 두 번째 미래도 가능하다.에너지는 풍부하다.AI는 매우 강력하다.공장은 자동으로 돌아간다.물건은 싸다.그런데 그 모든 생산수단을 극소수 조직이 소유한다.몇 개의 기업이나 국가가 에너지와 컴퓨팅과 모델과 로봇과 데이터를 동시에 통제한다면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가 역사상 가장 중앙집중적인 사회가 될 수도 있다.필요한 것은 거의 무료인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사회.굶지는 않지만 선택권이 없는 사회.그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미래다.그래서 AI 시대의 진짜 정치적 질문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지는가”가 아니다.생산성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AI가 만들어낸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자동화가 만들어낸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누가 컴퓨팅에 접근할 수 있는가.누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가.누가 AI를 통제할 수 있는가.누가 시스템의 목표를 설정하는가.이 질문들은 어쩌면 돈이나 선거만큼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사상이나 헌법만큼 중요해질지도 모른다.왜냐하면 미래의 권력은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에너지, 계산, 지능, 생산을 연결하는 시스템의 목적함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다.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더 큰 질문이 필요하다.우리는 이 엄청난 생산력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지금 이 순간에도 핵융합 연구소에서는 1억 도가 넘는 플라즈마를 붙잡으려고 한다.어딘가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만 개의 GPU가 동시에 돌아간다.AI는 새로운 단백질을 찾고, 새로운 물질을 찾고, 코드를 만들고, 공장을 최적화하고, 전력망을 계산한다.인류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생산능력을 만드는 중이다.그런데 동시에 누군가는 오늘 저녁에도 월세와 대출과 생활비 때문에 잠을 설친다.바로 그 두 장면 사이가 2026년이다.나는 그래서 지금을 완성된 AI 시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가장 거대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기술은 미래에 먼저 도착했고 사람들은 아직 현재에 남아 있다.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풍요를 인간의 하루까지 전달하는 것.핵융합이 성공해도 그것만으로 유토피아는 오지 않는다.AGI가 만들어져도 그것만으로 유토피아는 오지 않는다.로봇이 모든 공장을 돌려도 그것만으로 유토피아는 오지 않는다.그것들은 유토피아의 생산조건을 만들어줄 뿐이다.마지막 단계는 인간이 해야 한다.누구든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생산성의 증가가 실제 삶의 여유로 이어지게 하고, 사람이 시스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의 삶을 위해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결국 가장 발전한 문명의 기준은 얼마나 거대한 AI를 만들었느냐도,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느냐도 아닐 것이다.나는 더 단순한 기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그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얼마나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는가.아침에 일어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고, 여행을 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무 목적 없이 햇빛 아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어쩌면 우리가 태양을 지상에 만들고, 기계를 지능화하고, 공장을 자동화하고, 끝없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으려고 하는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어야 한다.사람이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2026년 8월 현재 우리는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 않았다.오히려 힘든 사람이 천지다.그 사실을 외면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만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다.하지만 현재의 고통만 바라보면서 앞으로 만들어질 엄청난 풍요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도 틀렸다.두 장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인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그런데 아직 인간의 삶은 그만큼 좋아지지 않았다.앞으로의 역사는 아마 그 간극을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도, 인공태양도 아닐지 모른다.인간이 생존에서 조금씩 해방된 뒤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사회의 설계도.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28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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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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