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는 법
AI 잘 쓰는 법사람들은 AI를 잘 쓰는 법을 묻는다.좋은 프롬프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맥락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한다.역할을 부여하고, 예시를 넣고, 출력 형식을 지정하라고 한다.물론 다 맞는 말이다.그런데 나는 AI를 오래 쓰면서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AI를 잘 쓰는 사람은 AI에게 좋은 답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AI의 다음
AI 잘 쓰는 법
사람들은 AI를 잘 쓰는 법을 묻는다.
좋은 프롬프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
맥락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한다.
역할을 부여하고, 예시를 넣고, 출력 형식을 지정하라고 한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AI를 오래 쓰면서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에게 좋은 답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AI의 다음 수를 읽으면서도, 자신의 다음 수는 넓게 남겨두는 사람이다.
바둑과 체스의 본질도 비슷하다.
상대의 수를 줄이고, 내 수를 늘린다.
상대에게 선택지가 스무 개 있어 보여도 열아홉 개가 나쁜 수라면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다. 반대로 내게 선택지가 다섯 개뿐이어도 다섯 개가 모두 괜찮은 수라면 나는 자유롭다.
강한 플레이어는 상대의 말을 많이 잡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의 미래를 좁히고 자신의 미래를 넓히는 사람이다.
AI도 같다.
AI를 몇 번 쓰다 보면 답변 패턴이 보인다.
어떤 질문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어디에서 보수적으로 변하는지,
무엇을 놓치는지,
어떤 맥락을 주면 사고 방향이 달라지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초보자는 이때 AI에게 적응한다.
AI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질문하고,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하지만 더 높은 단계에서는 반대가 시작된다.
나는 AI의 반응을 예측하되, AI가 나를 지나치게 쉽게 예측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첫 번째 모델의 답을 보고 두 번째 질문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두세 수 뒤를 먼저 생각한다.
이 질문을 하면 AI는 이런 답을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여기에서 정보를 하나 더 얻을 수 있다.
그다음에는 관점을 바꿔 같은 문제를 다시 본다.
서로 다른 모델에게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던진다.
필요하면 일부러 반대 가설을 세운다.
AI는 답변자가 아니라 하나의 플레이어가 된다.
그리고 사용자는 그 위에서 판을 설계한다.
그래서 AI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측 능력과 선택지 관리 능력이다.
AI의 다음 답변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내가 한 번의 답변에 종속되지 않도록 여러 경로를 남겨야 한다.
좋은 AI 사용자는 AI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AI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선택지가 더 많아진다.
조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이 늘어나고,
만들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고,
실행할 수 있는 속도가 빨라진다.
AI를 썼는데 내 선택지가 줄었다면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고,
AI가 제시한 답 중 하나를 그대로 선택하고,
AI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은 나도 생각하지 못한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의 정책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AI 시대의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AI에게 더 좋은 답을 받을까?”
가 아니다.
조금 더 큰 질문은 이것이다.
“AI를 사용해서 어떻게 내 가능한 수를 늘릴 것인가?”
체스판 위에서 자유도가 높은 쪽이 강하다.
기업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AI를 사용하는 방식도 그렇다.
AI를 잘 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AI의 수는 읽어라.
그러나 자신의 수는 최대한 많이 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