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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에세이·조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좋아해본 적도 있고,‎누군가가 나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하지만 현대 사회는 말 그대로 진실된 사랑과 자그마한 인간성마저 사치재에 가깝게 보인다.‎결국 ‎그런 사랑조차 매우 비싼 이상치가 되어버렸다.‎‎통계가 말해준다. 주변이 말해준다.‎‎그리고 20대 청년 중 하나인 나도.‎‎솔직하게는 누군가 적어도 한 사람만큼은‎내 능

‎사람을 좋아해본 적도 있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말 그대로 진실된 사랑과

자그마한 인간성마저 사치재에 가깝게 보인다.

결국 ‎그런 사랑조차 매우 비싼 이상치가 되어버렸다.

‎통계가 말해준다. 주변이 말해준다.

‎그리고 20대 청년 중 하나인 나도.

‎솔직하게는 누군가 적어도 한 사람만큼은

‎내 능력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니었으면 한다.

‎물론 능력을 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알아도 상관없다.

‎다만 그것을 완전히 다 걷어내고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

‎한국의 20대에게 사랑은 비싼 사치재이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살 곳을 구해야 하고,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

‎결혼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주거비와 소득,

‎직업과 부모,

‎앞으로 살아갈 지역까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온다.

‎어느 순간 사랑은

‎두 사람의 감정만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좋아하면서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이 사람과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연애를 해도 될까.

‎결혼할 수 있을까.

‎돈은 충분할까.

‎몇 년 뒤에도 우리는 같은 곳에 있을까.

‎그래서 나는 청년 한사람 한사람에게

‎이 사람들에게 순수한 사랑이

‎그 자체로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아니.

‎적어도 내가 본 다수는 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한다.

‎다만 그 마음을

‎순수한 상태로 오래 유지할 여유가 대부분의 다수에게

‎"없다."

‎사랑 위에는 현실이 지배한다.

‎---

‎사람을 좋아하는 일 자체는 단순하다.

‎순간 순간 보고 싶고,

‎함께 밥을 먹고 싶고,

‎나란히 걷고 싶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싶고,

‎하루가 끝난 무렵 그저 옆에 있었으면 한다.

‎사랑은 사실 원래 이런 것들의 합이 아닐까.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현대인은

‎이 단순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매우 많은 자원들을 확보해야만 한다.

‎우선 상당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곳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 아래에

‎희망찬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만년 전, 천년 전, 그리고 백년 전이든

‎"같다."

‎그러나 그 사랑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대부분의 청년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

‎우리는 왜 성공하려고 할까.

‎돈을 원한다.

‎더 좋은 직업을 원하고,

‎더 높은 지위를 원하고,

‎더 큰 능력을 원한다.

‎그러나 그 소망을 끝까지 파고 내려가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음식을 먹는 것.

‎가족이 아플 때

‎돈 때문에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것.

‎살고 싶은 곳에서 거주하는 것.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갖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그리고 하루가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거대한 욕망의 가장 아래에는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라는 비싼 비용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막아버린

‎"작은 삶이 있다."

‎---

‎세상에서는 계속 능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세상은 사람을 기능으로 평가한다.

‎회사는 생산성을 보고,

‎시장은 가격을 매기고,

‎고객은 효용을 보고,

‎사회는 이력과 숫자를 본다.

‎물론 그것이 아직까지는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는 지금까지 상당 부분 그렇게 작동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 시스템 자체를 설계중이다.

‎그래도 2026년의 레거시 시스템이라는 것이

‎그 세상이라는 것이 나에게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레거시 시스템의 문법으로 답할 것이다.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그런 문법을 비웃으며

‎그저 오늘 뭐 먹을까

‎물어줬으면 좋겠다.

‎---

‎좋은 사랑은

‎서로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관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평가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관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내가 대단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라서 좋아하는 것.

‎일이 잘되는 날에도,

‎형편없이 꼬이는 날에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날에도,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

‎세상에서의 가치가 오르내려도

‎둘 사이의 가치까지 함께 오르내리지는 않는 것.

‎상대의 능력을 모르는 관계가 아니라,

‎능력을 사랑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는 관계.

‎나는 그게 꽤 좋은 사랑이라고 느낀다.

‎---

‎얼마 전까지 나는

‎아주 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간과 미래,

‎시스템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대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현실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노트북을 열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처리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집에 돌아오고,

‎보람찬 일상의 하루를 보내는 것.

‎그리고 누군가 앞에서만큼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그리고 그걸 레거시 사회의 문법으로 표현한다면

‎"세계제패", "부의 축적", "시스템 설계" 일 것이다.

‎---

‎성공의 끝에는

‎더 큰 성공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충분히 멀리 간 뒤에야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되는 장소를 갖기가 용이할것이다.

‎세상에서는 계속 증명하더라도,

‎집에 돌아온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돈도,

‎능력도,

‎지위도,

‎가능성도 잠시 내려놓고

‎그냥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옆에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 닿아있는 것.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9월 12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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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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