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정부와 지자체는 골격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예상을 해보았을 때 | 5년 뒤, 정부와 지자체는 골격만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5년 뒤의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법도 필요하고, 세금도 필요하고, 치안도 필요하고, 국방도 필요하고,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 역시 필요하다. 다만 지금 우리가
5년 뒤, 정부와 지자체는 골격만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5년 뒤의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법도 필요하고, 세금도 필요하고, 치안도 필요하고, 국방도 필요하고,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 역시 필요하다.
다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행정조직으로서의 정부’는 상당 부분 비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정부와 지자체는 사람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한다.
서류를 접수하는 사람,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
자료를 검토하는 사람,
규정을 확인하는 사람,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
통계를 정리하는 사람,
예산을 집행하고 정산하는 사람,
사업자를 심사하는 사람,
각종 안내와 상담을 담당하는 사람.
그런데 앞으로 AI와 소프트웨어가 가장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바로 이런 일들이다.
사람이 서류를 읽고 규정을 찾아 판단하는 대신 시스템이 한다.
사람이 민원 내용을 읽고 담당 부서를 찾아 전달하는 대신 시스템이 직접 처리한다.
사람이 각종 지원사업의 자격요건을 하나씩 확인하는 대신 시민의 데이터와 법령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판단한다.
사람이 수십 장의 보고서를 만들어 위로 올리는 대신 필요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대시보드에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역할 자체가 달라진다.
정부는 더 이상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거대한 조직일 필요가 없다.
대신 무엇을 허용할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
시스템이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
이것을 결정하는 조직이 된다.
즉,
정부의 핵심 기능은 ‘처리’에서 ‘규칙과 책임’으로 이동한다.
지자체는 변화가 더 클 수도 있다.
지금은 전국의 수많은 지방정부가 비슷한 행정 기능을 각각 운영한다.
각자 홈페이지가 있고,
각자 민원 시스템이 있고,
각자 회계 시스템이 있고,
각자 지원사업을 만들고,
각자 비슷한 행정 인력을 유지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상당한 중복이다.
20년 뒤에도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가 똑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서류를 처리하고 있을 이유는 거의 없다.
공통 행정은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인프라가 처리하고, 지역정부는 오히려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지역의 방향을 결정하고,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현장을 관리하고,
지역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그게 지방정부의 본질에 더 가깝다.
그래서 미래에는 조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공무원 조직은 작아지는데 정부의 능력은 오히려 강해지는 것이다.
사람은 줄어든다.
부서는 줄어든다.
건물도 줄어든다.
회의도 줄어든다.
보고서도 줄어든다.
그런데 행정 처리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지고, 정부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와 정보의 양은 오히려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그때 정부는 지금처럼 거대한 사람의 조직이라기보다 하나의 운영체제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정부청사와 의회, 기관과 직책은 어쩌면 정말로 ‘껍데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껍데기는 중요하다.
그 안에 민주적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규칙을 정하는가.
누가 시스템을 통제하는가.
누가 시민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AI 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문제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정부의 소멸’은 국가의 소멸이 아니다.
관료제의 소멸에 가깝다.
사람이 직접 처리하던 행정의 상당 부분이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인간은 판단과 정치와 책임의 영역에 남게 된다.
결국 20년 뒤 정부의 모습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겉으로는 정부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시장도 있고, 구청장도 있고, 장관도 있고, 대통령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실제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수십만 장의 서류와 수많은 공무원이 아니라,
법, 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인프라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남는다.
지자체도 남는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거대한 정부 조직이 아니라
아주 얇음에도 여전히 중요한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와
그 아래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거대한 국가 운영 시스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