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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는 왜 안경점에서만 사야 하는가

이제 이 법을 바꿔야 한다 | 콘택트렌즈는 왜 안경점에서만 사야 하는가 — 이제 이 법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가 하나 있다.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은 누구든지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나 통신판매 방식으로 판매해서는 안

콘택트렌즈는 왜 안경점에서만 사야 하는가 — 이제 이 법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가 하나 있다.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은 누구든지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나 통신판매 방식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6항은 안경사가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안경업소에서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한국 법은 안전한 판매를 위한 조건을 제시한 뒤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거래방식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law.go.kr)

나는 이 규제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택트렌즈가 눈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이고 잘못된 착용과 관리가 각막 손상이나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과 소비자가 렌즈 한 박스를 살 때마다 반드시 오프라인 안경업소를 방문하도록 하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규제의 목적은 눈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법은 어디에서 샀는가가 아니라 안전이 어떻게 확인됐는가를 관리해야 한다.

세계의 제도를 비교해보면 한국 제도의 문제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미국 역시 콘택트렌즈를 아무나 자유롭게 판매하는 일반 소비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한다. 다만 그 관리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미국의 FTC Contact Lens Rule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피팅이 끝나면 처방자는 소비자에게 처방전 사본을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는 그 처방전을 자신이 원하는 판매자에게 제출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자도 처방전 사본을 받거나 처방자에게 내용을 확인한 뒤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처방전을 직접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판매자가 처방자에게 제조사·브랜드·도수·베이스커브·직경 등의 정보를 보내 검증받는 절차가 존재한다. FTC는 이 제도의 목적을 소비자의 선택권과 판매자 간 경쟁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Federal Trade Commission)

이 제도의 철학은 단순하다. 검사는 전문가가 하고, 처방정보는 소비자가 가지고, 판매자는 그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처는 소비자가 선택한다. 전문성을 없앤 것이 아니라 전문행위와 판매행위를 분리한 것이다. 눈 건강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강하게 관리하면서도, 이미 적절한 피팅을 받고 유효한 처방을 보유한 사람이 똑같은 렌즈를 어디에서 재구매할 것인가까지 국가가 일률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영국도 비슷하다. 영국에서는 콘택트렌즈 피팅을 받은 사람에게 유효기간이 있는 contact lens specification이 발급되고, 일정한 요건 아래 등록된 검안 전문가 등의 general direction을 받아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 역시 이러한 체계 안에서 가능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영국의 General Optical Council이 2024년 유효기간이 남아 있고 명백한 오류나 변조 흔적이 없는 specification 사본에 대해서는 원 발급자에게 일일이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판매자를 처벌할 공익적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는 점이다. 규제를 없앤 것이 아니다.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점을 다시 따져 규제의 강도를 조정한 것이다. (Optical)

일본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콘택트렌즈의 인터넷·통신판매가 존재한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판매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한다. 2017년 후생노동성 통지는 콘택트렌즈 소매판매업자를 정의하면서 인터넷 판매 등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대면판매인지 비대면판매인지와 관계없이 구매자의 의료기관 진료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정보제공과 진료 권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일본 정부도 온라인 구매에서 눈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그 결론을 “그러므로 인터넷 판매를 없애자”로 내리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 판매도 규제체계 안으로 집어넣어 관리하자는 방식을 선택했다. (후생노동성)

여기서 한국 법이 왜 후진적으로 느껴지는지가 드러난다. 미국은 처방정보를 이동 가능하게 만들었고, 영국은 specification과 전문가 감독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일본은 온라인 판매자를 규제체계 안에 포함시켰다. 세 나라의 세부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위험을 관리하지, 인터넷을 금지하지 않는다.

한국은 반대다. 한국의 현행법은 “어떤 사람이 어떤 검사를 받았는가”, “언제 눈 상태를 확인했는가”,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가”, “판매자가 적절한 자격과 관리체계를 갖추었는가”보다 먼저 “인터넷에서 파는가”를 본다. 인터넷이면 금지한다. 이것은 위험기반 규제라기보다 판매채널 기반 규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동일한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최근 눈 검사도 받았고 자신에게 맞는 렌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제조사도 같고 제품명도 같고 도수도 같고 BC와 DIA도 같다. 지난달 안경점에서 구매한 바로 그 상품을 이번 달에 한 박스 더 사고 싶은 것이다. 이 사람이 안경점 계산대에서 제품을 전달받는 순간에는 안전하지만, 동일한 안경업소가 동일한 제품을 택배로 보내주는 순간 갑자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정말 합리적인가.

오히려 현재의 제도는 안전을 위한 규제와 오프라인 유통 보호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눈 상태를 확인하고, 최초 착용자에게 적절한 렌즈를 선택하고, 피팅하고,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잘못된 착용방법을 교정하고, 필요하면 안과 진료를 권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업무는 오히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동일 제품의 반복 구매 과정까지 반드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전문가의 전문성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전문성을 보호하려면 전문행위에 대가가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지 상품의 유통경로를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다뤘다. 2024년 3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안경사의 콘택트렌즈 전자상거래 판매를 금지한 현행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콘택트렌즈가 각막에 직접 부착되는 의료기기이고 유통과정에서 변질이나 오염이 생기면 건강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안경업소와 안경사 수가 많은 만큼 직접 방문에 따른 불편 역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헌법재판소)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합헌이라는 말은 이 법이 2026년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법이라는 뜻이 아니다. 헌법에 위반될 정도로 과도한 제한인가를 판단하는 것과, 디지털 시대에 더 효율적이고 정교한 제도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헌재 결정에서 드러난 논점을 입법자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안경점이 많으니 직접 방문해도 불편이 크지 않다”는 논리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은행 지점이 많으면 모바일뱅킹을 제한해도 되는가. 마트가 충분히 많으면 온라인 장보기를 막아도 되는가. 병원이 가까우면 의료 데이터를 종이로만 주고받아도 되는가. 오프라인 시설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은 디지털 거래를 금지할 이유가 아니라, 단지 과거에 그 불편을 감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일 뿐이다.

더구나 인터넷 판매를 막는다고 인터넷 구매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합법적이고 관리 가능한 온라인 유통망을 만들지 않으면 소비자는 해외 판매처나 다른 우회경로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안경사와 국내 판매업자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과할 기회마저 잃는다. 규제의 역설이다. 관리하려고 시장을 금지했는데, 금지한 결과 관리할 수 없는 시장으로 소비자를 밀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전면 자유화도 아니고 현행 유지도 아니다. 법을 제대로 바꾸면 된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의 콘택트렌즈 전자상거래 전면금지 원칙을 폐지하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 착용이나 제품 변경 시에는 안경사 또는 의료전문가를 통한 검사와 피팅을 강화하고, 그 결과로 소비자가 자신의 렌즈 규격 정보를 전자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반복구매는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검사·피팅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허용하되 원칙적으로 동일 제조사, 동일 제품, 동일 도수와 규격의 재구매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검사를 요구하고, 미성년자나 눈 질환이 있는 소비자, 특수 렌즈 등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판매자 역시 아무 사업자에게나 열어줄 필요가 없다. 등록된 안경업소 또는 별도의 허가를 받은 판매자가 안경사의 관리 아래 온라인으로 판매하도록 하고, 구매 단계에서 유효한 검사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면 된다. 콘택트렌즈의 제조번호와 유통이력을 남기고, 보관·배송 기준을 마련하고, 사용방법·교체주기·부작용·정기검진 필요성을 구매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안내하게 할 수도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회수할 수 있도록 구매기록을 관리하고, 불법 판매나 검사정보 조작에는 지금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것이 규제개혁이다. 안전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다.

초회 착용과 30번째 반복구매를 같은 위험으로 보지 않고, 건강한 성인과 고위험군을 같은 방식으로 규제하지 않으며, 검사를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합법적인 국내 온라인 판매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외 판매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모든 경우를 하나로 묶어 “온라인 판매 금지”라고 써놓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면 원래 그 정도로 정교해야 한다. 행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가장 큰 불편을 전가하는 것이 좋은 규제일 수는 없다.

안경업계의 우려 역시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면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일부 안경원의 렌즈 판매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산업 보호를 국민보건이라는 이름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안경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면 검사, 피팅, 상담, 정기관리라는 전문서비스가 독립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직의 수익을 상품 유통의 독점에 의존하게 하는 것보다 전문서비스 자체에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그 직업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더 낫다.

그리고 소비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온라인 판매 허용이 “검사 없이 마음대로 렌즈를 사도 된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조차 처방 확인을 요구하고 영국 역시 유효한 specification을 요구한다. 일본도 인터넷 판매자를 포함해 의료기관 진료 여부 확인과 정보제공을 요구한다. 한국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명확한 검사주기와 구매정보 관리제도를 만들 수 있다. (Federal Trade Commission)

그래서 이 문제는 “온라인 쇼핑이 편하니까 허용해달라”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규제 철학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국가는 모든 새로운 거래방식을 일단 금지해 놓고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실제 위험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 것인가.

나는 후자가 선진적인 법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의 법은 장소를 규제하는 법에서 위험을 규제하는 법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프라인인지 온라인인지보다 누가 판매하는지, 소비자의 눈 상태가 확인됐는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됐는지, 제품의 유통이 추적 가능한지를 물어야 한다. 이미 미국과 영국, 일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만 반드시 그들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전자상거래이므로 금지한다”는 한 줄짜리 사고방식에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콘택트렌즈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법은 필요하다. 안경사의 전문성도 필요하고, 정기적인 눈 검사도 필요하며, 불법 의료기기 판매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필요성이 “그러므로 동일한 렌즈 한 박스를 사려면 반드시 안경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특정한 판매방식이 아니다. 국민의 눈이다.

그렇다면 눈을 보호하자. 제대로 검사하게 하고, 제대로 관리하게 하고, 제대로 추적하게 하고, 잘못 판매한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자. 그리고 그 모든 안전조건을 충족한 소비자에게는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렌즈를 어디에서 구매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를 돌려주자.

이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를 다시 볼 때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법으로 바꾸자.

그것이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개헌 #더나은대한민국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8월 17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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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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