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어느 날 오지만
결과는 어느 날 오지만 여튼 나는 요즘 뭐든지 결국 인내와 고단한 집요함이 쌓였을 때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오래 버티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정신론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데, 끈기에 관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도 단순한 열정이나 장기간 같은 목표를 유지하는 것보다 어려움 속에서도 노력을 계속하는 ‘노력의 지속성’이 성과와
결과는 어느 날 오지만
여튼 나는 요즘 뭐든지 결국 인내와 고단한 집요함이 쌓였을 때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오래 버티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정신론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데, 끈기에 관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도 단순한 열정이나 장기간 같은 목표를 유지하는 것보다 어려움 속에서도 노력을 계속하는 ‘노력의 지속성’이 성과와 더 밀접한 관계를 보였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실제 행동이 얼마나 계속되었느냐에 가깝다.
그렇다고 오래 일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의도적 연습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연습은 여러 영역의 성과 차이를 설명하지만 그 비율은 분야마다 크게 달랐고, 전문직과 교육처럼 연습시간만으로 성과를 거의 설명할 수 없는 분야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을 많이 넣으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 결국 내가 말하는 집요함은 같은 행동을 고통스럽게 반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한 다음 다시 방법을 수정해 실행하는 과정을 끝까지 반복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어떤 일을 몇 년 했다는 말만으로 그 사람의 축적량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같은 1년을 보내더라도 한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무언가를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일주일에 여러 번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실패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달력에서 보낸 시간은 같아도 실제로 경험한 시행의 횟수와 피드백의 양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생산과 조직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된 학습곡선 역시 단순한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누적된 생산과 경험이 증가하면서 수행능력이 개선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으며, 실제 자동차 생산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누적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결함률이 크게 감소하는 학습효과가 관찰됐다. 그렇다면 경험을 시간으로만 세는 것보다 그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실행과 수정이 들어 있었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나는 이것을 ‘밀도’라고 생각한다. 10년을 보냈다고 반드시 10년의 경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같은 문제와 같은 방식만 반복했다면 실제로 새롭게 얻은 정보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시도를 하고 실제 사용자와 부딪히고 틀린 판단을 수정하고 다시 만들어냈다면 달력으로는 1년이어도 학습의 양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반복 연습에 관한 연구에서도 수행 향상은 일정한 직선으로 나타나지 않고 사람들이 더 효율적인 전략을 발견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성능 향상이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에,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시도는 단순히 일을 많이 한다는 의미를 넘어 더 나은 전략을 발견할 기회를 많이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보면 나는 무조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짧은 성공에는 시장의 타이밍과 환경, 자본과 네트워크와 운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성공 자체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속도로 제품을 개선하고 조직을 키우고 새로운 문제를 계속 해결한다면 처음의 빠른 결과를 단순한 우연이라고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첫 성공은 운일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결과는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속도로 배우고 판단하고 실행하는지를 추가로 보여주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내가 말하는 이 ‘밀도’를 설명하기에 상당히 좋은 사례다. Facebook은 2004년 2월 4일 처음 출시됐는데, 당시 하버드 크림슨의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최초 버전을 만드는 데 사용한 시간은 약 일주일이었고 출시 며칠 만에 650명이 넘는 학생이 가입했다.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니라 출시 약 한 달 뒤인 3월 초에는 컬럼비아·예일·스탠퍼드까지 확장하며 이용자가 약 1만 명에 도달했고, 3월 말에는 3만1천 명, 4월 중순에는 5만 명, 6월에는 약 16만 명, 10월에는 50만 명, 그해 11월 말에는 91만 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Meta가 공개한 공식 연혁에서도 Facebook은 출시한 바로 그해인 2004년 12월 액티브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초기 10개월 동안 제품 제작, 사용자 반응 확인, 다른 대학으로의 확장, 서버 증설, 조직 형성과 자금 조달 같은 사건들이 매우 짧은 간격으로 연속해서 일어났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저커버그가 1년도 되지 않아 큰 결과를 냈다는 사실에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히 그가 스무 살 무렵에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다. 2004년 2월 4일 하나의 대학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같은 달에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다른 대학으로 확장을 준비했으며, 몇 주 뒤 여러 대학으로 진출하고, 몇 달 뒤 10만 명 단위를 넘기고, 여름에는 캘리포니아로 이동해 사업을 계속하고, 그해가 끝나기 전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상대하고 있었다는 것은 보통의 한 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제품·기술·운영·시장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연속해서 경험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의 ‘1년’과 아무런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은 사람의 ‘1년’을 단순히 같은 시간 단위로 비교하는 것은 실제 축적된 경험의 양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사례가 더 흥미로운 이유는 그 첫해의 결과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Facebook은 2006년에는 이미 이용자 700만 명을 넘어섰고 당시 comScore 기준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로 성장했으며, 같은 해 대학생 중심의 서비스에서 직장 네트워크와 일반 사용자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즉 2004년의 폭발적인 속도 뒤에 몇 년 동안의 지속적인 확장이 이어졌다는 사실까지 놓고 보면, 초기의 빠른 성장을 단순히 우연한 한 번의 성공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저커버그 같은 사례를 보면 오히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성공했을까?”보다 “저 정도 밀도였다면 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것은 그가 성공할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이후에 확인할 수 있는 결과까지 포함해 역으로 바라보면 처음 몇 달 동안 드러난 실행과 확장의 속도가 일회적인 이상치로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1주일 만에 제품을 만들고, 며칠 만에 사용자를 얻고, 몇 주마다 새로운 학교로 확장하고, 몇 달마다 사용자 규모의 자릿수가 바뀌는 사이클을 반복했다면, 그 사람에게 1년은 단순한 365일이 아니라 수많은 가설과 실행과 피드백이 압축된 365일이었다.
결국 사람마다 결과가 나타나는 데 필요한 달력의 시간이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10년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1년이라기보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행과 학습의 축적량이 있고 그것을 얼마나 높은 밀도로 채우느냐에 따라 달력에서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과 운과 출발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정확한 공식처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험을 단순한 연차로 측정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몇 번 만들었고 몇 번 시장에 던졌고 몇 번 틀렸고 몇 번 수정했는지를 보는 것이 학습의 실체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인내와 속도는 사실 반대말도 아니다. 인내는 천천히 한다는 뜻이 아니라 결과가 없을 때도 다음 시행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고, 집요함은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문다는 뜻이 아니라 실패한 시행에서 정보를 뽑아 다음 시행으로 넘어가는 능력이며, 밀도는 그 과정을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반복하느냐의 문제다. 결국 아주 오래 버틴 사람이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두 경우의 공통점은 달력의 길이가 아니라 그 안에 실제로 축적된 실행과 학습이다.
그래서 결과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안에 압축되어 있던 수많은 시행과 실패와 수정이며, 어떤 사람의 1년이 다른 사람의 몇 년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이유도 결국 그 차이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