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인재를 알아보는 기준부터 이미 붕괴했다. | 나는 한국에 인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람을 교육하면서도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나라에 가까우며, OECD 역시 한국에서 객관적 역량과 학력, 그리고 고용성과 사이의 연결이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 인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람을 교육하면서도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나라에 가까우며, OECD 역시 한국에서 객관적 역량과 학력, 그리고 고용성과 사이의 연결이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교육의 실패라고만 부르고 싶지 않고, 인재선발 기준의 기능적 붕괴라고 부르고 싶다. 선발 시스템의 목적이 실제 능력이 높은 사람을 찾아 적절한 자리로 보내는 것이라면, 학력이 넘치는데 직무와 맞지 않고, 대학의 이름이 능력보다 강한 신호가 되고, 그 이름을 얻는 과정에 부모의 경제력이 깊이 개입하며, 졸업 뒤에도 실제 역량과 고용성과의 연결이 약하다면 그 시스템은 단순히 낡은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기능을 상당 부분 잃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한국의 25~34세 가운데 고등교육을 이수한 비율은 71%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 48%를 크게 웃돌지만, 높은 학력 보유율이 곧바로 적절한 인재 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OECD 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31%는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학력이 높은 과잉학력 상태이고 OECD 평균은 23%이며, 전공과 실제 직무가 맞지 않는 노동자는 49%로 OECD 평균 38%보다 11%포인트 높다. 다른 OECD 지역 비교에서도 한국 노동자의 44%가 자신의 교육 수준과 맞지 않는 일자리에서 일해 OECD 지역 평균 3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것을 몇몇 개인의 잘못된 진로 선택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높은 학력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학력과 실제 일 사이를 정확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OECD 역시 한국 교육정책 전망에서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열망, 보유 역량, 노동시장 수요 사이의 불일치가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핵심 문제라고 지적한다.그런데 이 시스템에서 대학의 이름은 여전히 지나치게 강력한 경제적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 OECD가 인용한 한국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는 하위권 대학 졸업자보다 평균 24.6% 높은 임금을 받았고, 그 격차는 40~44세에 50.5%까지 확대됐다. 좋은 일자리의 수가 제한된 이중노동시장 속에서 이런 차이가 존재하면 학생과 부모가 특정 대학의 이름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개인 수준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 되고, OECD 역시 이러한 구조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보다 대학의 명성을 우선하게 만드는 이른바 ‘골든 티켓’ 경쟁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한다. 실제 정부 조사에서도 대학 선택 시 대학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 응답이 24%였고 적성과 흥미를 가장 중요하게 본 응답은 32%였으며, OECD는 최근 몇 년 동안 명성을 중시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적성과 흥미를 중시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방향이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재를 가장 잘 맞는 분야로 보내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희소한 대학 간판을 먼저 확보한 뒤 그 간판을 노동시장에서 교환하는 경쟁을 상당 부분 하고 있는 셈이고, OECD는 이러한 비효율적 경쟁에 거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면서 소수만 승자가 되는 상황을 국가 전체의 막대한 낭비라고까지 평가했다.더 심각한 문제는 이 경쟁의 출발선조차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5년 공식 사교육비 조사에서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만 2천 원이었던 반면 월소득 1,000만 원 이상 가구는 72만 8천 원으로 약 3.8배였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각각 52.8%와 85.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가 감소했음에도 2025년 한 해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여전히 약 27조 5천억 원이었고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오히려 전년보다 2.0% 증가한 60만 4천 원이었다. 부모의 교육수준과 자녀의 교육성취 사이에도 강한 차이가 남아 있어, 부모 가운데 한 명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의 25~34세 청년은 85%가 고등교육을 마쳤지만 부모가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45%에 그쳤다. OECD는 2026년 한국 보고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의 명문대 접근성이 점점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으며 이것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이동성을 모두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학 입학 결과를 개인의 능력 그 자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되고, 최소한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가정이 제공한 교육자원과 환경이 함께 섞여 있는 신호라고 보는 것이 데이터에 더 가깝다.이 말은 서울대생이나 명문대 졸업자가 뛰어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실제로 높은 학업능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대학의 이름만으로 사람의 전체 잠재력과 생산성을 서열화하는 것이 정확하냐는 질문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OECD는 한국에서 학력과 기관의 명성이 실질적 역량보다 노동시장 성과에 과도하게 작용하는 구조를 지적하면서, 한국 학사학위 소지자의 고졸 대비 임금 프리미엄이 2023년 17%로 OECD 평균 31%보다 낮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다. 이것은 고등교육 자체가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처럼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의 정보가치가 떨어지고 대학 서열이라는 희소한 신호에 보상이 집중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며, OECD 역시 한국의 과도한 학력주의가 ‘교육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학위와 실무경험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분석했다.그리고 이 문제는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훨씬 더 급해지고 있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의 2025년 공동 연구에서 AI를 도입한 한국 기업의 56.5%는 AI가 직업 전체를 없애기보다 기존 직업 안의 특정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고 답했고, 32.2%는 필요한 기술의 종류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38.3%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같은 연구에서 한국 중소기업들은 AI 도입 이후 데이터 분석·해석 역량과 프로그래밍·코딩 역량의 중요성이 특히 커지고 있다고 답했고, AI를 도입하지 못한 한국 중소기업이 꼽은 가장 큰 장벽 역시 직원의 역량 부족으로 응답 비율이 53%였다. 즉 기술이 직무 자체를 계속 다시 쓰는 시대에는 열아홉 살에 치른 시험과 스물두 살에 받은 졸업장이 서른 살, 마흔 살의 현재 능력을 계속 대신 증명해줄 수 없고, 실제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지금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고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 노동시장 데이터가 보여주는 방향이다.그래서 답은 대학을 없애거나 시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며, 학문적 기초가 필요한 분야와 의사·변호사처럼 자격 검증이 필요한 직업에서는 학위와 자격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것을 모든 사람의 능력을 평생 대신하는 만능 신호로 사용하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OECD가 2026년 제시한 ‘Skills-First Labour Market’ 역시 자격과 경력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실제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채용의 중심 기준으로 놓고 학위와 경력은 보조적인 정보로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OECD가 제시하는 실제 방법도 추상적이지 않아서, 채용 전에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지원자가 그 기술을 실제로 보여주는 구조화된 평가, 직무과제와 역량기반 면접을 사용하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위와 연차를 자동 탈락 기준으로 두지 않는 방식이 이미 여러 조직에서 시행되고 있다.한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실험의 결과가 존재하며,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2026년 조사에서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를 실제 채용한 기업들은 이들의 현장 적응시간과 재훈련 기간이 단축됐다고 평가했고, 직무성과를 예측하는 정보로 학력보다 해당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 여부가 더 유용하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출신학교를 가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증거도 있는데,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블라인드 채용 연구에서는 제도 도입 직후 서울 소재 대학 졸업 여부가 공공기관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지만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는 않았다. 이 결과를 함께 보면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학벌 블라인드’가 아니라, 학벌이라는 신호를 제거한 자리에 더 정확한 능력 측정 장치를 넣는 것이며, 직무 정의와 실제 과제, 포트폴리오, 구조화된 평가와 검증 가능한 성과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그래서 나는 한국의 인재선발 시스템을 바꾸려면 기업부터 채용공고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먼저 명시하고, 서류전형에서는 학벌과 불필요한 자격증 대신 실제 결과물과 경력을 보고, 최종 선발에서는 직무와 최대한 가까운 문제를 직접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OECD가 권고하는 skills-first 채용의 방향과 일치한다. 대학 역시 학생을 어디에 입학시켰느냐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졸업생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어디에서 그 역량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하고, 정부 역시 대학 서열을 사실상 노동시장 신분증처럼 사용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별 기술표준과 학습·경력·프로젝트를 통해 취득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OECD 역시 한국에 더 많은 현장학습과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교육·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쓰는 선발시험과 평가점수가 입사 후 1년, 3년 뒤 실제 직무성과와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검증해야 하며, 선발 기준의 존재 이유가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검증 없이 오래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평가방법을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인재선발이라고 보기 어렵다.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을 찾아내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시스템은 산업화와 고등교육 확대 과정에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25~34세의 71%가 이미 고등교육을 마친 사회에서 노동자의 31%가 과잉학력이고 49%가 전공과 다른 일을 하며 명문대 접근성이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점점 더 반영한다면 과거에 성공했던 선발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는 약해진다. 더구나 AI가 이미 직업 내부의 업무와 요구 역량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 획득한 학벌을 수십 년 동안 능력의 대리변수로 사용하는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실제 생산성과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나는 그래서 다시 말한다. 한국의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인재를 알아보는 기준부터 이미 붕괴했다. 객관적 역량과 고용성과의 연결은 약하고, 교육과 직무의 불일치는 크며, 명문대라는 신호에는 막대한 경제적 보상이 붙어 있고, 그 신호를 획득하는 교육경쟁에는 가정의 경제력이 강하게 개입한다는 사실이 동시에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바꿔야 할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이고, 학교 이름으로 가능성을 추정하는 사회에서 실제 결과로 능력을 증명하는 사회로, 자격을 모으는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로, 한 번의 시험으로 서열을 고정하는 사회에서 평생 새로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 OECD가 제시하는 skills-first 전환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다음 시대의 인재선발 질문은 “어디 나왔습니까?”가 아니라 “무엇을 해낼 수 있습니까?”여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대한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며, 대한민국의 실효 지배 면적은 2025년 기준 약 10만 459㎢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공급과 잠재성장률에 대한 압력까지 커질 것으로 OECD가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한된 인적자본을 얼마나 정확하게 발견하고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korea.net") ("oecd.org") 실제 OECD 연구에서도 성인의 역량 수준뿐 아니라 숙련된 사람이 어떤 기업과 직무에 배치되는지가 국가 간 생산성 차이를 설명하며, 숙련 인력의 배치 방식 차이만으로도 국가 간 생산성 격차의 최소 12%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org") 특히 한국을 직접 분석한 OECD 연구는 문해력과 같은 객관적인 역량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고용과 생산성에 강하게 연결되지만 한국에서는 취업 가능성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객관적 역량과 노동시장 성과 사이의 약한 연결이 인적자본의 잘못된 배치와 상당한 생산성 손실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oecd.org") 한국처럼 앞으로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잠재력 있는 개발자, 연구자, 창업가, 영업가, 기술자와 현장형 문제해결자를 학벌이나 정형화된 시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놓치는 것은 단순히 개인 한 명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제한된 국가의 인적자본을 스스로 사용하지 않는 행위에 가깝고, OECD 역시 한국의 성장 과제가 과거처럼 물적·인적자본의 양을 계속 축적하는 데서 생산성을 높이고 기존 인적자본을 더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oecd.org") 따라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인재풀과 시장을 가진 국가보다 오히려 한국 같은 나라가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에 훨씬 더 집요해야 하며, 국토도 작고 앞으로 노동력도 줄어드는 나라가 가장 귀한 자원인 사람마저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육정책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자원을 잘못 배분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