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남자들
나는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그런데 예외가 있다.Herb Cohen, Don Norman, Daniel Kahneman, Hermann Simon.이 네 사람에게는 이상하게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ㅋㅋ아마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나 명성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일 것이다. Cohen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나는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Herb Cohen, Don Norman, Daniel Kahneman, Hermann Simon.
이 네 사람에게는 이상하게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ㅋㅋ
아마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나 명성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일 것이다. Cohen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관계와 규칙의 틈에서 선택지를 찾아내고, Norman은 사람이 실제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하며, Kahneman은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판단 안에 숨어 있는 인지의 구조를 드러내고, Simon은 제한된 정보와 시간과 능력 속에서 인간과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설명한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내가 이들에게서 반복해서 발견하는 질문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인간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무엇인가.
그래서 이들의 책을 읽고 있으면 지식 하나를 얻는다는 느낌보다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올라간다는 느낌이 든다. 평범하게 지나쳤던 행동 하나가 다시 보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규칙에 의문이 생기고, 사람의 선택 뒤에 숨어 있던 정보와 비용과 제약과 환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Herb Cohen을 읽다가도 그랬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식당에서 부모에게 떼를 쓰는 아주 사소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Cohen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가 어떻게 선택지를 하나 확보하고, 그 선택지를 받아들이게 만든 뒤 다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결국 상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높여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본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은 개인과 가족을 넘어 조직과 정부와 국가 사이의 협상으로 확장된다.
그 순간 나는 왜 이 사람들이 좋은지를 다시 알 것 같았다.
나는 거대한 이론보다 작은 장면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구조를 발견하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식당에서 떼쓰는 아이에게서 협상을 보고, 표지판 하나에서 그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절대적 질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선택의 구조임을 보고, 사람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믿는 순간 그 판단을 만들어내는 인지적 장치를 보고, 조직이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보는 사람들.
그들은 나에게 세상을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잘 말하지 않지만, 이 네 사람에게는 말할 수 있다.
Herb Cohen.
Don Norman.
Daniel Kahneman.
Hermann Simon.
더 추가되려나.
ㅋㅋㅋ
아마 내가 사랑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지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지성을 만나면, 이상하게도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사람의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