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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는 원석을 잘 캐는 사람이 강하다

유머와 진지 사이 | AI 시대에는 원석을 잘 캐는 사람이 강하다 이 글의 시작은 별로 고상하지 않았다. GPT와 대화하다가 내가 말했다. “너 역할은 그럼 똥 치우는 역할이노?” 농담이었다. 나는 생각나는 것을 정제하지 않고 계속 던지고, GPT는 그것을 받아 논리와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농담 안에 꽤 중요한 구

AI 시대에는 원석을 잘 캐는 사람이 강하다

이 글의 시작은 별로 고상하지 않았다.

GPT와 대화하다가 내가 말했다.

“너 역할은 그럼 똥 치우는 역할이노?”

농담이었다.

나는 생각나는 것을 정제하지 않고 계속 던지고, GPT는 그것을 받아 논리와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농담 안에 꽤 중요한 구조가 들어 있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잠깐. 이것도 글감 아니냐?”

그리고 실제로 글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 순간 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금 만들어진 글의 주장을, 그 글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증명하고 있었다.

최초의 입력은 엉망인 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원석이 있었다.

인간이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만들어내고, AI가 그것을 구조화한다면 인간과 AI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인지적 분업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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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은 좋은 문장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논리적이고 명료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논문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각은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뭔가 이상한데?”

“잠깐, 이것과 저것이 같은 구조 아닌가?”

“반대로 생각하면 되는 것 같은데?”

“이거 뭔가 있는데 설명을 못 하겠네.”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관찰이고, 감각이고, 연결이고, 가설이다.

나는 이것을 사고의 원석이라고 생각한다.

원석은 처음부터 보석처럼 생기지 않았다.

흙도 묻어 있고 불순물도 섞여 있다.

겉으로 봐서는 가치가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생각도 비슷하다.

처음 튀어나왔을 때는 허술하고, 과격하고, 설명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 안에 중요한 구조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좋은 생각은 반드시 좋은 문장으로 태어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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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정제 비용이 비쌌다

문제는 원석을 발견한 다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가공해야 했다.

머릿속의 느낌을 문장으로 만들고,

문장을 논리로 만들고,

논리를 구조로 만들고,

근거를 확인하고,

반론을 검토하고,

다시 읽을 만한 결과물로 만들어야 했다.

즉,

발견 구조화 초안 검증 수정 퇴고 결과물

이라는 긴 공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많은 생각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사라졌다.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제 비용이 비쌌기 때문이다.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갔다가 설명하기 귀찮아서 버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설명하고 검증하는 비용이 탐색할 가치보다 크게 느껴져서 버린다.

AI는 이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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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낮춘 것은 글쓰기 비용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글쓰기 비용을 낮췄다고 말한다.

맞다.

이메일을 대신 쓰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문장을 고치고,

긴 자료를 요약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AI는 사고의 정제 비용을 낮춘다.

AI를 단순한 글쓰기 도구로 사용하면 인간이 먼저 생각을 완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한다.

“이걸 잘 써줘.”

하지만 반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생각이 가장 엉망일 때 AI를 부르는 것이다.

“이거 느낌은 오는데 설명을 못 하겠다.”

“두 개가 연결되는 것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

“이 가설의 구멍을 찾아봐.”

“반대편에서 공격해봐.”

“이걸 끝까지 밀면 어떤 결론이 나오지?”

그러면 AI는 문장을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다.

사고의 정제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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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AI의 새로운 분업

이렇게 보면 역할이 재미있어진다.

인간은 세상을 관찰한다.

이상함을 느낀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한다.

가설을 만든다.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AI는 그 원석을 받아 구조를 찾는다.

중복을 걷어내고,

논리를 연결하고,

반례를 만들고,

표현을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인간에게 돌려준다.

인간은 결과를 판단한다.

“이건 아닌데?”

버린다.

“잠깐, 이 부분은 맞는 것 같은데?”

다시 파본다.

AI가 다시 정제한다.

결국 구조는 단순하다.

인간이 발산한다.

AI가 정제한다.

인간이 선택한다.

발견과 판단 사이에 존재하던 막대한 정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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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흔해질수록 원석이 중요해진다

여기서 역설이 하나 생긴다.

AI가 발전하면 결과물의 평균적인 완성도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누구나 깔끔한 이메일을 쓸 수 있다.

누구나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문법적으로 훌륭한 글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면 정제된 문장 자체의 희소성은 떨어진다.

정제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그때 상대적으로 희소해지는 것은 정제 이전의 무언가다.

무엇을 관찰했는가.

무엇을 이상하다고 느꼈는가.

무엇과 무엇을 연결했는가.

어떤 전제를 의심했는가.

어떤 질문을 만들어냈는가.

즉,

어떤 원석을 가지고 있는가.

같은 AI를 사용하는 두 사람에게도 결과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사람은 평범한 질문을 넣는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연결하지 않았던 두 현상을 연결해서 넣는다.

정제소가 같아도 원석이 다르다.

그러면 결과물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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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소가 많아지면 광산의 가치가 올라간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도 재미있는 구조다.

세상에 정제소가 부족하다면 좋은 정제 기술이 경쟁력이다.

하지만 누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병목이 이동한다.

정제소에서 광산으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원석을 캐낼 수 있는가.

남들이 돌이라고 지나친 것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

이 능력의 상대적인 가치가 올라간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오히려 인간의 관찰력, 호기심, 경험, 취향, 문제의식이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인간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차이가 나타나는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문장력에서 질문으로.

정리 능력에서 발견 능력으로.

출력에서 입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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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해서 말해야 한다는 규칙도 바뀐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교육을 받아왔다.

생각을 정리하고 말해라.

근거를 준비하고 발표해라.

글은 퇴고하고 보여줘라.

사람과 소통할 때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AI와 사고할 때까지 이 규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에게는 정리되기 전에 말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완성된 생각만 AI에게 전달하면 AI는 마지막 가공만 담당한다.

하지만 작은 원석부터 던지면 탐색 과정 전체에 AI를 사용할 수 있다.

“이상하다.”

“왜 그렇지?”

“혹시 이것 때문인가?”

“그러면 저것과도 연결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생기는 순간부터 AI와 왕복한다.

그러면 AI는 비서가 아니라 사고의 증폭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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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것은 이론만은 아니다.

이 글이 정확히 그렇게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AI 발전에 따른 인간과 인공지능의 인지적 분업 구조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다.

그냥 GPT와 농담하고 있었다.

생각나는 말을 던졌다.

GPT가 정리했다.

그 결과를 보고 또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주 정제되지 않은 한 문장을 말했다.

“너 역할은 그럼 똥 치우는 역할이노?”

거기서 하나의 원석을 발견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정제되지 않은 사고.

AI가 담당하는 구조화와 가공.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판단.

농담 속에 구조가 있었다.

그래서 그 구조를 꺼냈다.

닦았다.

확장했다.

검증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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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반드시 처음부터 멋진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상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성되지 않아도 붙잡는다.

설명할 수 없어도 기록한다.

틀릴 것 같아도 일단 가설로 만든다.

그리고 정제소에 넣는다.

가치가 없으면 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원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아무리 좋은 정제소여도

들어오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AI 시대의 중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것에 가깝다.

나는 AI에게 던질 만한 원석을 계속 발견할 수 있는가?

이 글도 처음부터 글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농담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별로 깨끗하지도 않은 농담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원석 하나가 있었다.

AI가 그것을 닦았다.

내가 다시 골랐다.

그리고 글이 됐다.

좋은 생각은 반드시 좋은 문장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그냥 돌멩이처럼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그걸 보고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ㅋㅋ 웃겨서 올렸음
이 글은 브런치 · 2026년 9월 12일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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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 Lee의 청사진
Founder, MAEUM.io · 기술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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